바야흐로 한국형 범죄 스릴러 전성시대다. 2011년 <블라인드>와 <범죄와의 전쟁>이 흔히 말하는 ‘중박’ 이상을 터트리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신기원을 알렸으며 그 동력을 이어받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누적관객 900만을 돌파하며 이제 천만 영화에 돌입할 기세다. 이뿐인가. 여기에 2012년 하반기에는 웹툰 작가 강풀 원작인 <이웃사람>이 출격을 앞두고 있어 많은 영화팬들의 가슴을 들뜨게 하고 있으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2012년이 한국형 범죄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시작, 혹은 ‘진화의 해’로 기억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궁금해해야 한다. 한국형 범죄 스릴러 영화가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나올듯하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감독의 역량, 작품의 견고함까지. 그러나 필자는 이 질문에 한국형 범죄 스릴러 영화야말로 배우들의 ‘깊은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내면을 이끌어내며 동시에 가장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영화의 장르가 바로 ‘범죄’와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그 절절한 감정의 끝을 끌어내는 것은 웬만한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2012년 하반기 한국형 범죄 스릴러 영화의 기대주로 영화 <공범>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납치범인 아빠와 이를 의심하는 딸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리는 이 영화는 <그놈 목소리>의 속편 격으로 알려지며 벌써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있다. 자, 그렇다면 살펴보자.
우선 연출인 국동성 감독의 필모그래피부터 연기 내공이 필요한 한국형 범죄 스릴러 영화에 더 없이 제격이다. 그는 2002년 영화 <욕망>의 단역부터 시작해 <이중간첩> <하류인생>의 연출부를 거쳐 <너는 내 운명> 조감독과 <국경의 남쪽> 보조출연, <그놈 목소리>에서는 조연출과 단역을 맡았고, 이어 2006년에는 <내 사랑 내 곁에>의 조연출과 각색을 담당한 다음 드디어 2012년 영화 <공범>의 연출을 맡은 것이다.
또 주연 배우의 면모도 ‘내공 일색’이다. 주연인 김갑수 씨는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손예진 씨는 청순가련의 이미지를 벗고 팔색조 연기를 통해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이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박주용 씨는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이미 그 연기력을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은 바 있다.
사실 이 <공범>이라는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 바로 박주용 씨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그는 2007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비셋으로 출연했고, 뮤지컬 ‘그리스’에서는 로저, 두디, 소니 역할을 두루 소화하면서 4년 동안 고정으로 출연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MBC 특별기획사극 ‘짝패’에서 을식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적도 있어 이미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예지만 무서운 연기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