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UHDTV 시대를 열다

[단독] KBS, UHDTV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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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KBS는 UHD 실험국 준공검사를 완료했다고 밝히며 다음날인 9일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송 형식은 관악산 송신소에서 66번 채널을 활용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23일 KBS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UHD 실험국 개소를 승인한 바 있다. 지난 4월 지상파 방송4사 기술본부장들이 KBS 기술연구소에 모여 UHD 협약식을 맺은지 꼭 반년만에 이루어낸 쾌거다.

   
 

UHD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는 그 이름이 생소할지 몰라도 국제적으로는 차세대 미디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핵심 기술이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전국 디지털 전환 사업을 훌륭히 종료하는 한편, UHD 기술에 대한 발전적 로드맵을 통해 벌써부터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으며 영국을 위시한 미디어 선진국 유럽도 해당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NAB 2012에서 ‘콘텐츠 딜리버리’와 함께 ‘UHD 발전’이 가장 중요한 핵심 테마로 부각된것도 이러한 세계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올해 여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주최한 KOBA 2012에서도 UHD 발전은 가장 중요한 미디어 이슈였다. 이에 이번 KBS의 UHD 실험국 개소는 비록 세계적으로 볼 때 다소 늦은감이 없잖아 있지만 정부부처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지상파를 제외한 기타 다른 관련단체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번 KBS의 UHD 실험국 개소는 단순한 기술발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의 지상파 할당 당위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 온전히 지상파에 할당되어야 한다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의 일관된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번 KBS의 UHD 실험국은 ‘뉴미디어’와 ‘주파수 할당 당위성’ 모두 대내외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물론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만을 두고 보면 상황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다. 현재 ‘주파수계의 블랙홀’로 급부상하고 있는 통신 재벌은 4세대 통신기술인 LTE 서비스로 인한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1.8/2.1/2.6GHz 대역 주파수의 조속한 경매를 주장하는 한편, 700MHz 대역 주파수까지 통신에 할당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트래픽 증가가 ‘팩트’고 모바일 블랙아웃도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방통위를 중심으로 화이트 스페이스 영역까지 슈퍼 와이파이 기술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마당에 700MHz 대역 주파수까지 통신 기술에 활용되면 방송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의식있는 전문가들은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추구하는 지상파 방송의 온전한 존속을 위해서라도 700MHz 대역 주파수 지상파 할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비리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최시중 씨가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석연치않은 이유로 해당 주파수는 통신사에 분할 할당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S UHD 실험국 개소 자체를 결사반대하는 통신 재벌의 언론 플레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친통신 언론으로 분류되는 ‘디지털타임즈’는 8월 방통위의 승인 결과가 발표되자 ‘지상파 UHDTV 시험방송 허가…주파수 논쟁 재점화’라는 기사를 통해 ‘당연히 통신사에 할당되어야 하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지상파 방송사에 할당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물론 해당 진영의 논리에 따라 해석도 달라질 수 있지만, 해당 기사는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지를 남겼다.

또 UHD 발전을 위해 반드시 협력이 필요한 제조사의 태도도 변수다. 물론 최근에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UHD 실험을 둘러싸고 지상파 방송과 제조사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3D 방송 기술이 대세이던 시절 제조사의 사회적 책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때를 상기하며 이러한 분위기가 현재의 UHD 정국에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방송사-제조사의 협력 분위기는 양호한 편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