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당당합니다”

[너무도 정당한 우리의 요구] “힘들지만 당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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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곤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JTV 전주방송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지 벌써 4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대주주 일진과 김택곤 사장의 전횡은 이 좁은 지면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많습니다. 지난 3년간 11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기고도 방송에 대한 투자는 커녕 주주들의 배를채우기만급급합니다.

기술 분야의 경우 HD제작용 ENG카메라나 VCR이 한 대도 없어, 여기저기서 HD 카메라를 빌리고, 이렇게 제작한 프로그램도 송출용 VCR이 없어 SD로 다운 컨버팅해 내보내는 실정입니다. 돌비 엔코더와 디코더, PSIP 제너레이터 역시 구입하지 못해 아직 5.1채널 서비스와 EPG서비스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벌이에 급급한 경영진을 몰아내고, 제대로 된 지역방송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투쟁도 벌써 두 달 째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임금이지만 무엇보다 제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지역 시청자들의 무관심입니다. 전국을 권역으로 하는 중앙 방송사가 파업을 해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칠테고, 투쟁도 쉽게 진행될 수 있었겠지만 지역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론 지난 10년간 우리 구성원들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괴감도 컸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 끈끈한 애정이 생긴 것은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서가 다르면,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서로 얘기 한번 못하는 게 방송국이지만 이번 파업을 통해서 타 부서 조합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 목소리로 투쟁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우리는 한 배를 탄 끈끈한 동지이고, 조합원들이 단결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노동자로서의 자의식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노동자 단체들과 연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몰아치는 자본의 거센 폭력 앞에, 힘없는 노동자들은 굳세게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파업은 쉽지 않은 싸움입니다. 경제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통없이 얻어지는 승리는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조합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승리할 것입니다.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못된 경영진을 몰아내고, 전주방송을 방송의 주인인 지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우리의 요구는 너무도 정당하기 때문입니다.

전주방송노조 쟁의부장 신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