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의 ‘뜨거운 감자’ 8VSB(2)

[기획]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 8VS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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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특혜,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과 함께 8VSB 전송 방식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저가 콘텐츠 시장의 고착화다. 장기적으로 미디어 생태계 파괴라는 가장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박성호 개별PP발전연합회 회장은 “8VSB 전송 방식이 허용되면 기존의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과 비슷한 비용으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돼 결국은 저가 콘텐츠 시장이 고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8VSB 전송 방식이 허용된다면 현재 디지털 케이블 상품 가입자들 대다수가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으로 옮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유료방송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가 고착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의 저가 고착화 문제는 콘텐츠 투자 감소, 콘텐츠 경쟁력 하락, 콘텐츠 산업의 후퇴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대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국토의 많은 부분이 산악 지대로 이뤄진 대만은 지형적 요인 때문에 지상파 방송의 수신이 어려워 방송환경 자체가 케이블 방송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데 저가 시장이 고착화돼 자체 제작보다는 해외 프로그램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케이블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가 더해지면서 케이블 방송은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해외 프로그램 수입에 더 몰두하기 시작했고 이러다보니 국내 제작 프로그램 비율이 40%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해 문화주권 실종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강대 언론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미소(28‧여)씨는 “요즘 종편을 보더라도 해외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케이블도 마찬가지다. 저가 시장이 앞으로 더 고착화된다면 케이블은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드는 자체 제작보다는 저렴한 해외 프로그램을 더 많이 선호할 것”이라며 “현 정부 기조가 창조경제를 주장하며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데 왜 반대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 뒤 “한류 등 우리나라 자체 콘텐츠 제작을 더욱 육성해 문화 산업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이 저가의 가입자를 고착화시키면 그 외의 유료방송 IPTV와 위성방송도 이에 준하는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결국 공정경쟁구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시청자는 양방향 서비스가 안 되는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에 만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을 시청하는 대가로 수많은 홈쇼핑 방송을 시청하는 등 여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진정한 국민 편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8VSB 전송 방식 허용 여부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 산업 더 나아가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관심이 미래부의 8VSB 전송 방식 허용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