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에 맞춰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사퇴이유를 밝혔다. 박 대통령 부녀와 특수 관계인 최필립씨 입장에서는 당연한 충성심의 발로일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시기 10월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팔아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겠다는 모의를 벌인 바 있다. 이를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원을 오가고 있다. 대선을 전후한 시기 벌어진 일들만 보더라도 공익재단인 정수장학회가 현재 누구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는 지가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군사독재 강탈 장물인 정수장학회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과거청산과 정의 회복에서 상징적인 위치에 있다. 특히 장학회의 명칭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부모 이름자에서 한 글자씩 취한 것인 데다가, 장학회의 탄생 자체가 국가권력의 언론장악과 사유재산 강탈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약 22억에 가까운 금액을 정수장학회에서 받아갔다.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문제이므로 스스로 책임 있게 풀어내야 한다. 아울러 대선시기 김지태 선생 유족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역사왜곡에 대한 사과도 반드시 필요하다.
진정한 사회적 환원에 걸림돌이 됐던 노욕이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해서 정수장학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수장학회가 공영방송 MBC의 지분 30%,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부산일보 지분 100%, 경향신문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현실은 양립할 수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수장학회의 독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정수장학회를 본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이미 공익재단이라는 항변은 이제 국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얘기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현 이사들을 비롯한 사무처 인사들이 전원 사퇴하고 청오회와 상청회를 해산하는 것이 정수장학회 독립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의 출발이다. 이와 함께 부산일보의 편집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방안인 ‘사장직선제’를 도입하고 정수장학회 비판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시킨 이정호 전 편집국장의 복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조치들을 토대로 유족 대표, 부산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 MBC와 부산일보 등의 언론사 구성원들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 만들어 민주적 방식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 새로운 이사회는 장학회의 명칭, 정관 개정, 사업의 방향,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등을 정립하고 설립자인 고 김지태 선생의 유지를 살리는 순수한 장학재단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2013년 2월 27일
독재유산 정수장학회 해체와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