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가는 700MHz 주파수 정책?

[기자수첩] 친구 따라가는 700MHz 주파수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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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한때 세계 가전 시장을 평정했던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샤프가 왜 몰락했을까. 전문가들은 서구 1등 기업들을 모방해 열심히 쫓아가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던 일본 기업들이 정작 선두에 올라서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처음 시도하는 일을 스스로 개척해야 정상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는데 일본 기업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몰락은 국내 초고화질(UHD) 경쟁력과 주파수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제 UHD 경쟁력 확보에 있어 우리나라도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는 게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예를 들며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고 있기에 우리나라도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의 국가와 우리나라는 지형적 상황과 현재 주파수 정책 및 활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주파수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 된다.

먼저 미국의 디지털TV(DTV) 주파수는 300MHz 폭으로 총 228MHz 폭인 우리나라보다 주파수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700MHz 대역 주파수 외에도 UHD에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남아 있다.

또 일본의 NHK는 지상파 사업자인 동시에 위성 사업자 지위도 갖고 있어 지상파를 통해 UHD 방송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보편적인 UHD 서비스가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은 위성을 통한 UHD 방송 도입을 계획하고 있고 지난 6월부터는 통신 위성을 이용해 UHD 전용 채널 1개를 시험 운용 중이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 700MHz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고 경매 대금을 국방 예산으로 쓴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본지의 조사 결과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방송통신 담당부처는 주파수를 사용한 직접 수신을 보장하는 것은 모두의 목표이며 지상파방송의 현대화를 희생하면서까지 (700MHz 주파수의 통신 할당을)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CSA)700MHz 주파수를 UHD TV 등 지상파 신규 서비스용으로 재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하며 오는 2016년 지상파 UHD 방송 실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보도에서 인용된 국방 예산 부분은 프랑스 국방과 국가 안전 관련법에 국방비 예산 충당을 위한 5개의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됐던 것뿐이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아직까지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한 국가는 없지만 일본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은 지상파 UHD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UHD 방송이 차세대 방송 서비스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지상파 UHD 방송을 지금 당장 시작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지상파 UHD 방송을 추진하지 않는 팔로어가 될지 아니면 퍼스트 무버로 나서 UHD 경쟁력을 확보할지. 남들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따라 가야 한다는 주장은 비논리도 이런 비논리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보가 남 따라 웃는 바보라는 속담처럼은 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