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_MBC TV송출부 차장 이 희 석
지축이 울리는듯한 박진감 넘치는 드럼 연주, 온 몸으로 느껴져오는 베이스 기타의 묵직한 사운드, 수 키로 와트의 엠프에서 뿜어져나오는 화려한 일렉기타 연주…..락밴드의 공연에서 느낄수 있는 짜릿한 희열이다.
어린 시절 락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에 매료되어 무작정 일렉기타를 배우고, 대학시절 축제 때 공연을 위해 동아리방에서 밤샘 연습을 하며 무대 위에서의 공연 생각에 설레여하고, 즐거워하던 경험은 직장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입사 6년차에 접어든 2001년 어느날 한 후배의 제안. ‘선배, 나 드럼을 조금 칠줄 아는데 우리 밴드 한번 만들어 볼까요? ’ 정말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다. ‘그래? 그거 좋지!!’
그날로 수년간 케이스 속에 묵혀두고 있던 일렉기타를 다시 꺼내고 사내에 수소문해서 기타를 조금 쳐봤다는 후배를 찾아 베이스기타를 사다 떠안기며 반강제로 베이스기타를 치게하여 서툴지만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음….그래도 명새기 락밴드인데 그럴듯한 밴드 이름 하나 지어야하지 않을까? ’ 서로 고민하다가 현재 우리 실력에는 이 말이 딱인듯해서 떠오른 단어가 ‘오합지졸’ 이었다. MBC 사내 밴드 ‘오합지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비록 실력은 오합지졸이었어도 열정만큼은 어느 프로 밴드 못지않았기에 퇴근 후 모여서 늦은 시간까지 하는 연습은 늘 즐거움이었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어감을 느낄 수 있게 되고 제법 사운드가 만들어져감에 서로 뿌듯해했다. 오랜 연습끝에 드디어 2003년 4월 있었던 사내행사에서 사우들의 열렬한 환호속에 ‘오합지졸’의 존재를 알리며 감격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직장생활을하며 락밴드를 한다는 신선함 때문이었을까? 곧이은 ‘2시의 데이트’ 생방출연 제의. 2시의 데이트라하면 라디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아닌가…
멤버들 모두 이게 꿈이야 생시야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생방송에 출연했다. 프로그램 제작 스텝으로만 일해봤지 직접 생방 출연은 처음인지라 스튜디오에 ‘ON AIR’ 등이 켜지는 순간어찌나 긴장되고 떨리던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음악을 어떻게 연주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가질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었는데…..아무튼 멤버들 모두가 학창시절부터 락밴드를 로망으로 맘속에 품고 있던터라 늘 쫓기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서로의 스케쥴을 맞춰가며 연습에 열중하던 2003년 가을 뜻밖의 전화를 한통 받게되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무대 공연 기획을 공부하는 학생들인데요 이번 졸업 작품으로 직장인밴드 연합공연을 기획중인데 대학로 공연에 참여해주십사하고 전화드렸습니다’ ‘공연 섭외를 다 받다니 우리 스타된거야?’ 이런 발칙한 착각도 해가며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의 멋진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됬다. 공연장에서 늘 보기만 하던 화려한 조명 아래, 환호하는 관객앞에 내가 직접 서게 될줄이야…그날의 짜릿한 흥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시작했던 밴드가 어느새 7년이지나 올 여름 우린또 하나의 무한도전을 하게되었다. 제1회 전국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 겁 없이 참가신청서를 낸 것이다. 전국에서 400여개 팀이 참가했다. 직장인 아마추어 밴드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 사실에 놀라고 그들의 프로못지 않은 실력에 또 한번 놀랐다. 40개 팀을 추려내는 1차 예선에 우리 밴드도 당당히 통과! 비록 2차 예선에서 탈락해서 본선 무대에는 서지 못했지만 ‘우리 이제 오합지졸은 아닌거지?’ 하며 멤버들끼리 자축하기에 충분한 경험이었다.
내일 모레 ‘오합지졸’의 조촐한 송년회를 갖기로 했는데 소주잔 기울이며 내년의 새로운 공연 계획들을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