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 제작기술팀 박정진

[기술인이 사는 법] 부산MBC 제작기술팀 박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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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보람있는 자전거 여행속으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자전거 여행! 대학시절 자전거 여행에 푹빠져 방학때만 되면 한두 달 어디론가 떠나 살은 쪽 빠지고 검게 그을려서 돌아왔던 기억이 남는다. 처음 멋모르고 시작했던 자전거 여행은 나를 지금까지 4번에 걸쳐 총 1만 km의 거리를 여행하게 만들었고 자전거 여행 마니아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자전거 여행은 일본일주인데, 2004년 여름 장학금으로 받은 100만원을 예산으로 혼자서 69일 동안 4,700km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가이드북도 없이 지도 한 장만 들고, 일본어라고는 ‘이찌니산시’만 알고 누나가 쓴 기초회화책 한 권을 챙겨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고생했던 것만큼 내게 정말 특별한 여행이었다.

 

고생은 역시 돈하고 관련이 있던가? 예산 100만 원 중 이것저것 준비로 실제 여비는 달랑 6만 엔이었는데, 여기엔 식비와 용돈은 물론 여객선비도 포함된 금액이었다. 두 달을 여행해야 했기에 내가 잡은 하루 예산은 1,000엔! 이 금액에 맞추기 위한 나의 여행 생활을 요약해 보면, 끼니는 주로 대형 수퍼마켓에서 산 햇반과 카레 등으로 해결했으며, 음료는 수돗물과 역시 수퍼마켓에서 산 대형 PET병 이온 음료와 비타민 음료를 마셨고, 잠은 주로 공원이나 또는 지붕이 있고 바닥이 콘크리트인 장소에서 얇은 스펀지 매트리스와 침낭으로 해결했다. 세면은 공원이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했고 샤워는 주로 수건샤워(?)를 했다. 가끔 여객선을 탔을 땐 샤워를 할 수 있어서 그 기회를 활용했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그 당시 환율로 우리나라 돈 10,000원으로 여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돈 없는 것은 중간중간 만난 일본인들로부터 2만 5천 엔 정도 기부를 받아 그래도 괜찮았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고생이었다. 이 때 도움이 된 것이 바로 누나가 일본어로 써준 편지였는데 내용은 ‘저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인데, 한 달 동안 일본 곳곳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돌아가고 싶습니다.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관계로 혹시 어려운 일을 겪게 되면 도와주시고,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다면 설거지 같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로 여행 초기는 물론 여행 내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덕에 5번씩이나 돈 주고도 경험하지 못 할 일본인 가정에서의 홈스테이도 하게 되었고, 일본인들과의 접촉도 늘려 일본어를 익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금은 일본어를 익혀 실력이 JPT 800점 정도 되는데 그 땐 무슨 깡으로 안 되는 일본어를 해가며 의사소통을 했는지 참 어이없다.

 

이 여행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주 동안 홋카이도의 랑코시란 시골 마을에 머문 것인데, 난 그 곳의 한 슈퍼마켓에서 일을 도와주며 잠자리와 끼니를 제공받았다. 시골 마을이어서 그런지 마을 주민 모두가 이방인인 내게 정말 따뜻하게 대해 주었는데, 서로 돌아가면서 저녁식사에 초대해 일본요리를 해주는가 하면, 차로 주변 지역을 데려가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며 내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하였다. 또 이곳에서 일본인 아버지와 어머니도 생겼는데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2005년에는 한국을 방문하신 일본인 어머니를 가이드 하기도 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는 뭘까? 힘들게 몇 백 몇 천km를 달리면서 길러지는 인내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과 넉살(?)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많이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묘미 때문인지 난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고 또 적극 주위에 권하는가 보다. 이번 여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떠나보고 싶은데, 생각있으신 분들 같이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