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이해와 지상파 방송의 과제

[기고] OTT의 이해와 지상파 방송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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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만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OTT란 Over-The-Top의 약자이며 여기서 Top이란 셋탑박스(Set top box, STB)를 말한다. 따라서, 단어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OTT란 셋탑박스 위에서 이루어지는 그 무엇이라 할 수 있다. 셋탑박스는 일반적으로 위성 방송이나 유선 방송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의 경우 과거부터 사용되던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경우와 같이 제한된 경우에 사용된 경우도 있다. OTT가 셋탑박스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서비스이긴 하지만 이런 모든 형태의 셋탑박스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OTT라고 별도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것이 기존 방송 서비스와 달리 유무선의 방송 네트워크가 아니라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컴퓨터에서는 이미 구현되어 있다. 유튜브(Youtube.com) 서비스의 경우가 정확하게 바로 이 형태이다. 이것을 컴퓨터 모니터가 아니라 TV를 통해 구현하면 그것이 바로 OTT가 된다. 다만, 컴퓨터는 자체적으로 연산 능력이 있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지만 TV는 해당기능이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셋탑박스를 연결시킨 것일 뿐, OTT의 본질은 컴퓨터로 이용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같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에 연결되고, 동영상을 받아 재생할 수 있다면 OTT 셋탑박스로 이용될 수 있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를 보면 게임기를 셋탑박스로 이용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TV 자체에 아예 인터넷 연결 기능과 동영상 재생 기능을 심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넷 TV, 브로드밴드 TV, 또는 인터넷 TV라고 불리는 종류의 TV가 그것이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TV나 위성 방송과 같은 상당한 수준의 방송 네트워크가 이미 갖추어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방송망이 아닌 인터넷을 이용하여 방송을 하려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OTT는 기존 방송 사업자가 아닌 사업자가 방송 사업에 진출하기에 매우 용이한 수단이 된다. 기존 방송 사업자가 아니면서 방송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자는 바로 컨텐츠 보유자이다. 대표적으로는 영화사가 있지만 컨텐츠의 보유와 판매라는 측면에서 판단한다면 지상파 방송사 또한 여기에 해당 된다. 지금까지는 컨텐츠 보유자들이 TV를 대상으로 컨텐츠를 판매하는 것은 그다지 자유롭지 못했다. 거의 반드시 기존 방송사를 통하거나 아니면 직접 방송망을 운영하는 방송사가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OTT를 하게 되면 과거와 달리 기존 방송사를 통하거나 스스로 방송사가 되지 않아도 이용자에게 컨텐츠의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OTT의 첫 번째 존재 이유가 있다.
둘째, OTT는 기존 방송 방식이 가진 지역 제한을 간단히 해소할 수 있게 해 준다. 케이블이 연결된 장소까지가 곧 서비스 가능 장소가 되는 유선 방송은 물론이고 광역 서비스가 가능한 위성 방송이나 또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라 해도 전파 도달 거리라는 제약을 벗어난 방송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교포들이 한국의 지상파 방송을 직접 받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OTT는 인터넷의 속성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세계 어디라도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면 원칙적으로는 OTT 방송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이 된다.
셋째, OTT는 제공 가능한 컨텐츠의 종류와 양에서 기존 방송 서비스에 비해 유리하다. 과거나 현재나 모든 방송 이용자들은 방송사에서 보내 준 것을 방송사에서 보내 준 시간과 순서에 맞추어 시청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지나간 것을 다시 보고 싶은 경우도 있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경우도 있으며, 아예 방송에서 보여 주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요 형태이다. 물론, 이러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수요에 대응하여 VOD (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유선 방송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지 지상파 방송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OTT라면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더하여 UCC라거나 또는 동영상과 데이터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컨텐츠와 같이 컴퓨터로만 이용 가능하고 기존의 방송에서 제공되지 않던 다양한 것 또한 TV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방송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른 형태인 OTT는 지상파 방송에 두 가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 OTT는 지상파 방송에게 매우 강력한 위협 요인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OTT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방송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OTT를 통하면 복잡한 투자 없이도 컨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컨텐츠의 생산도 쉬워져서, 누구나 자신의 책상에서 UCC의 형태로 컨텐츠를 만들어 방송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그렇게 만들어진 방송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된다. 국경 너머 어딘가의 누군가가 검색 포털을 통해 그 컨텐츠를 찾아내어 자신의 TV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컨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의 세 측면 모두에서 기존의 방송 방식과 완전히 다른 이러한 방송 방식이 미래의 방송 서비스의 주요 형태가 된다면 실시간 방송만 가능한 기존 지상파 방송은 점차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수 있다. 덩달아 지상파 방송사 또한 수 많은 컨텐츠 제공자 중의 하나라는 수준으로까지 낮아질 수 있으며, 시청 점유율 또한 그에 비례하여 낮아지게 될 것이다.
둘째, OTT는 지상파 방송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존 지상파 방송 시스템은 전파를 이용하는 실시간 방송이며 VOD 서비스가 불가능한 형태이다. 이것은 구조적으로 다양한 소비자에게 대응이 어려운 방식이다. 지역에 따라 아예 방송 전파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전파 강도가 약한 난시청 지역도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이 방송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것이 내가 볼 수 없는 시간대에 방송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OTT를 이용하면 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 지상파 방송이 즉시 VOD 형태로 바뀌는 것은 물론, 지역 제한 없이 제공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방송을 구현한다는 측면에서도 OTT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OTT를 통한다면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서나 깨끗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상파 방송이 OTT를 적극 수용하여 새로운 하이브리드 방송으로 진화한다면 그것은 기존의 다른 방송 방식에 비해 버금가거나 오히려 우월한 새로운 방송 방식이 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의 입장에서 볼 때, OTT는 위협이자 기회이다. 공중파의 이용이라는 것에 너무 얽메이지 말고 OTT를 하나의 기술 발전 형태로 간주하여 적극 이용한다면 지상파 방송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