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지주회사 무엇이 문제인가

[기고] 방송지주회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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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지주회사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부위원장 한웅

 

몇 년 전부터 ‘홀딩스’라는 이름의 기업집단들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주회사’라는 의미를 지닌 홀딩스라는 기업들은 주로 기업의 전략기획실과 구조조정본부의 기능만을 떼어 실질적으로 자회사의 관리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기업형태이다.

 

3년 전 지상파 방송사로는 최초로 SBS가 미디어홀딩스 체제로 전환하였다. 당시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는 책임과 독립을 기반으로 소유·경영과 방송을 분리해서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SBS미디어홀딩스는 설립취지와는 정반대로 책임, 독립 경영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주주의 지배가 더욱 공고해 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S는 방송법상 30%의 소유지분제한을 두게 되어 있다. 즉, 과거 SBS의 대주주인 태영은 SBS주식을 30%까지만 소유할 수 있었다. 단,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40%까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지주회사 시스템에서는 SBS미디어홀딩스가 SBS의 지분을 약 30%, 다시 태영이 SBS미디어홀딩스의 지분의 63%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소유, 지배 측면에서 대주주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이에 SBS노동조합은 창사20주년을 맞이하여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관한 2회에 걸친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의 입을 빌어 그 문제점들을 상세히 지적하였다.

 

첫 번째 토론회에서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SBS미디어홀딩스로부터 SBS의 독립·책임 경영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들이 무수히 제시되고 있다”며, “지주회사 경영으로부터 자회사인 방송의 편성자율 및 책임경영을 보장할 수 있도록 방송법 내에 지주회사와 관련한 규정을 두거나 별도의 방송지주회사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두 번째 토론회에서는 경제개혁시민연대 김상조 교수가 “방송법에 지상파 방송국에 대한 소유지분 제한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송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도 동일한 규정을 두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지금의 현실은 ‘규제의 공백상태’”라고 밝히며, “앞으로 등장할 종합편성채널도 지주회사의 형태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방송법일부 개정이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재차 주장하였다.

 

미디어홀딩스는 지상파인 SBS 외에 케이블PP, 인터넷 방송미디어 등 SBS의 경우보다 지분을 훨씬 더 많이 차지한 자회사들을 두고 있다. 이는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회사의 이익을 빼내어 지분이 많은 자회사로 이전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터널링”이 일어날 소지가 농후한 구조이다. 지금 SBS의 많은 조합원들은 SBS가 벌어들인 이윤들이 미디어홀딩스를 통해 다른 자회사들로 ‘터널링’되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흔히 공영방송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KBS·MBC의 언론인들은 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를 수호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한 구조라면, 민영방송은 자본과 소유·경영으로부터 독립이 이루어져야 하는 구조이다. 자본과 소유·경영으로부터 방송이 독립되어야 공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SBS는 모회사로부터의 독립, 책임경영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이제 회사는 연봉제까지 강요하며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어서 SBS의 노사관계는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공영방송의 언론인들이 그러하듯 이제 민영방송 또한 자본과 소유·경영이라는 또 다른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한 때이다. SBS 언론인들은 지금도 자본과 소유·경영으로부터 방송의 독립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투쟁하는 이 역사의 끝에는 모두 ‘승리’라는 한 길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