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상/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전선(戰線)은 넓어지고 있다. 국민 호주머니 털고, 미디어 생태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생태계마저 유린하려는 ‘조중동’ 좋합편성채널의 실체가 사업자 선정 직후부터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움츠렸던 반격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예상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조중동’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에 당연히 선정될 거라고 봤다. 그들이 현 정부를 위한 ‘정권 안보’ 차원에서 왜곡/편파 보도를 서슴지 않으며 앞잡이 노릇을 해왔음은 세상이 다 안다. 최소한의 언론이기를 포기한, 정권의 끄나풀이었다. 그래서 정권 차원의 ‘정치적 보은’은 필연이었다. 물론, ‘배은망덕’의 후환이 두려웠던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매일경제가 종편 사업자에 선정된 것을 두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매일경제는 보도전문채널인 MBN을 반납한다는 전제 아래 종편 사업을 신청했다. 매경에 종편을 줘도 그 효과는 ‘제로섬’이라는 얘기다. ‘조중동’의 들러리로 ‘끼워 팔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고, 그래서 ‘조중동’이나 누릴 수 있었던 ‘간택’의 불똥이 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연합뉴스만이 신규 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역시 ‘정권 안보’ 차원에서 신규 관제 보도채널을 만든 것에 해당한다. 정권의 ‘앞잡이’ 노릇으로 치자면, 연합뉴스 역시 ‘조중동’에 못지않았던 터다. 그러니 이참에 ‘조중동 방송’ 말고 확실한 관제방송 한 개를 늘려놓는 게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이것이 지난해 12월 말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발표의 실체다. 그러니 사업자 선정 과정이 온갖 무리수와 편법으로 얼룩지는 건 당연하기까지 하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5% 미만이면 한 기업이 여러 개의 종편 및 보도채널 준비 사업자에 투자할 수 있게끔 허용하되, 이 기업으로부터 적게 투자를 받은 준비 사업자에게는 감점을 주겠다는, 기상천외한 전례 없는 ‘꼼수’를 부렸다. 그뿐이 아니다. 향후 사업 취소 처분을 내릴 수도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종편의 사업 타당성은 극히 불확실했고, 이로 인해 최소 자본금 3천억원 조달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조중동으로선 ‘풋백 옵션’(손실보전조항)이나 ‘바이백 옵션’(되사주기 조항) 등을 투자자들에게 내걸고라도 돈을 어들이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철저히 사업자 간의 문제였다. 이로 인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방통위는 재승인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런 식의 자금 조달에 대해 ‘감점을 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조중동’ 중 어느 곳이 얼마만큼의 감점을 받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4900억원에 이르는 월등한 자본금 조달 계획을 밝히고, 케이블 방송의 노하우를 지닌 태광이 탈락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당사자가 ‘두문불출’이니, 제 정신 박힌 시민들이 의문투성이 심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방통위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태생부터 위헌․위법성으로 얼룩진 종편은 그 본질이 ‘무허가 방송’이다. 위헌․위법성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정권교체 이후 이 위헌․위법성을 바로잡는 국회 차원의 정치행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업자 선정과 동시에, 조중동은 의료기관/전문의약품 광고. 주류 광고 등을 종편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온갖 떼를 쓰고 있다. 다수 제약업체들과 대학까지 끌어들인 모양이다.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 위험, 소규모 병원의 몰락 등은 안중에도 없다. 유료방송 수신료 인상을 내거는가 하면, 황금채널 배정도 요구하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오히려 지금은 종편에 대한 부당한 특혜를 줄여야 할 순간이다. 네트워크(망) 사업자가 공영방송도 아닌 종편의 프로그램들을 반드시 내보내도록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표적이다. 종편 특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종편에 황금채널을 배정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케이블 SO와 힘을 합쳐서라도 반드시 이 특혜를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