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 12억 원을 지원받아 구축했던 ‘디지털 유료 방송 콘텐츠 유통 시스템’이 2년도 채 되지 않아 폐쇄된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10월 13일 “유료 방송 콘텐츠 유통을 중개하기 위해 인터넷에 구축했던 사이트(http://www.dds-on.com)는 이미 사라졌고, 사이트를 가동하기 위해 사들인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으며, 고가의 장비는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있을 뿐 현재 창고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12억 원이나 되는 국가 자산을 허공에 날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주관부처인 미래부의 관리 감독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의원은 “미래부는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협회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거나 중간에 점검하기는커녕 업‧다운로드 수치를 기록한 결과보고서를 기반으로 매년 성과가 100% 이상 달성됐다는 식으로 사업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고, 2011년까지 매년 DDS 사업 예산을 배정받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의 지적대로 미래부는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케이블협회에 책임을 묻거나 따지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부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에 걸쳐 케이블협회에 지원한 ‘디지털 유료 방송 콘텐츠 유통 시스템 구축 사업(이하 DDS 사업)’은 미래부의 방발기금 12억 원, 케이블협회 자체 예산 12억 원 등 총 24억 원 규모로 진행돼 유통 허브 기능 강화를 강조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유통 허브는커녕 케이블협회가 운영하던 DDS는 없어졌고, 관련 장비는 빛마루에 이관돼 창고에 보관돼 왔다.
최 의원은 “케이블협회가 미래부에 제출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DDS 사이트 가입 회원사’가 305개사 콘텐츠 업로드가 3400여 편, 다운로드 8,400여 편이라고 부풀렸는데 정작 이 사이트를 통한 유료 콘텐츠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한 뒤 “케이블협회 자체 예산도 제대로 집행됐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의문을 표했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블협회 측의 예산 대부분은 협회 직원 인건비와 임차료 및 관리비에 쓰였다. 2011년에는 당시 길종섭 케이블협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프랑스에서 열린 ‘MIPCOM 2011’ 등의 행사에 참관했을 때 항공비와 숙박비로 4,400만 원을 썼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정부가 별다른 준비와 고민 없이 그저 민간사업자단체의 요구만으로 시작한 사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미래부는 지금이라도 DDS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과정에 대해 면밀히 감사를 벌이고,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서라도 잘못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뒤 “방송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방발기금이 눈 먼 돈처럼 허투루 낭비되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미래부와 방통위는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