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공영방송 이사회의 회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이 공포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들이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고 방청을 신청하는 경우에만 별도의 공간에서 회의를 방청하도록 해 법 취지를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이들 이사회에 대해 ‘반드시 회의를 공개해야 하고 속기록 또한 공개해야 한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내놨다.
ⓒ최민희의원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월 21일 “입법조사처는 속기록 공개와 관련해 ‘물리적으로 이사회의 회의 자체를 공개적으로 운영하라는 것은 물론이고 그와 아울러 회의의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KBS와 MBC, EBS 이사회의 속기록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5월 공영방송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개정해 이사회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지만 KBS와 MBC, EBS 이사회는 방청을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별도의 공간에서 회의를 방청하도록 하고 속기록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이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KBS와 EBS뿐만 아니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또한 마찬가지다. 방문진 역시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기에 이사회 의사록은 물론이고 속기록까지 공개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최근 방문진이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아예 속기록을 없애도록 규칙을 만든 것은 질 나쁜 꼼수이자 방문진법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퇴행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날 최 의원은 KBS 사장과 방문진 이사장 등의 업무추진비 세부내역도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KBS는 ‘영업비밀’ 또는 ‘개인신용정보’ 등의 이유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때도 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고 있고, 방문진은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제출하긴 하지만 사용처를 가리는 등 세부내역 제출은 거부하고 있다.
최 의원은 “입법조사처는 업무추진비의 상세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도록 한 입법 취지상 당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되는 주민등록번호, 은행 등 금융기관의 계좌번호를 제외하고 다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KBS의 경우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로 자의적이고 방만한 예산 집행의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시민들의 감시를 보장함으로써 그 집행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공개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정행정부 역시 “기관장의 업무추진비에 관한 정보의 공표에 있어 사용일시, 사용목적, 사용대상, 사용금액, 사용방법, 사용장소 등 세부내역을 포함해 공표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답해 최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최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회들이 폐쇄적인 밀실회의로 공영방송을 망가트려 부득이하게 방송법 개정까지하면서 이사회 공개 의무를 두었는데 이제 꼼수로 방송법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번 국감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 같은 행태를 반드시 짚을 것이고, 이들이 퇴행적 행태를 고치지 않는다면 행정소송 등의 방법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