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분쟁 어떻게 될까?

[강희종 칼럼]지상파 재송신 분쟁 어떻게 될까?

700

지상파 재송신 분쟁 어떻게 될까?

연말연시를 맞아 지상파 재송신 분쟁과 관련한 두 가지 소식이 국내외에서 터졌다. 한가지는 지난 9월 KBS, MBC, SBS 지상파방송 3사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비전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였다. 또 한가지는 송출 중단 위기까지 맞았던 타임워너케이블과 폭스의 분쟁 타결 소식이었다.  두 가지는 수년간 지속되어온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 방송사가 지상파 재송신 갈등에 대해 어느정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지난 해 12월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지상파방송 3사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신규가입자에 대해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동시 재송신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중계유선방송사업자는 1960년대부터,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1991년부터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는 등 재송신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지상파 방송사가 알고 있으면서도 작년 7월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방송사의 주장을 수용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90여개 중 CJ헬로비전에 대해서만 이같은 요구를 해 다른 업체와 형평성 문제가 있고, 본안 판결까지 재송신을 계속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의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규가입자에 대해서만 재송신 금지를 신청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면 기술적으로 기존가입자의 재송신까지 중단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법원이 케이블방송 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이번 재판의 핵심이었던 지상파방송의 저작권과 관련해 법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사전 동의 없이 방송을 수신해 가입자들에게 다시 내보내는 것이 지상파방송사들의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CJ헬로비전은 “재전송하는 행위는 누구나 무료 시청이 가능한 지상파방송에 대해 보다 편리하게 시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입자의 방송 수신 행위를 보조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방송 재전송의 법적 성격은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보조행위가 아니라 동시 재송신에 해당 한다”고 판단했다.

 즉, 이번 판결은 “지상파방송사는 저작인접권자로서 동시중계방송권을 갖고 있으니 케이블방송사는 지상파방송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신규 가입자에 대해 재전송을 금지할 만한 시급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을 케이블의 승리로 표현하지만 결국은 법원이 양쪽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어느 쪽을 일방적인 승자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루 뒤인 지난 1월 1일에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 폭스와 케이블TV방송사인 타임워너케이블간 프로그램 재전송 비용을 둘러싼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양측은 합의한 세부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에서는 양사의 합의 금액이 폭스 측이 요구한 1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50센트~60센트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타임워너케이블은 당초 20센트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케이블방송사가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하면서 일정 부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각 나라마다 방송 환경에는 차이가 있고 해외의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케이블이 지상파 난시청 해소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를 우리가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가처분 판결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케이블방송사와 지상파방송사간 재전송 갈등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상파방송 3사는 이번 기처분과 별개로 지난 9월 HCN서초방송을 상대로 형사 고소한 상태다. 또, 11월에는 11월 서울 중앙지법에 CJ헬로비전, 씨앤앰, HCN서초방송, CMB한강, 티브로드강서방송 등 5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에 대해 저작권 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이 형사 및 민사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 소송까지 고려할 경우 적어도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번 소송에 관여했던 한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법원이 동시중계방송권을 인정한 만큼 케이블방송사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끈 케이블방송사는 최대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케이블 업계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만큼 디지털 방송 가입자 모집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CJ헬로비전 측은 “본안 소송에 철저히 대비 하겠다”며 당장은 지상파와 협상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송신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희종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