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 청주방송 기술국 이상호 차장

[기술인이 사는 법] CJB 청주방송 기술국 이상호 차장

638

나는 지금도 달리고 있다.

 

결혼하고 먹고 사느라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지금껏 내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와도 별 것 아닌 듯 무시하고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몸속 이곳저곳의 통증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으로는 당장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등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직 아이도 어리고 해서 쉬는 날이면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피로를 달래고는 했다. 하지만 조금씩 아프던 무릎은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고통, 아니 고문으로 변해갔다. 무릎의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수소문하던 끝에 지인으로부터 마라톤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인터넷에서 ‘마라톤’을 검색하니 이곳저곳의 마라톤 대회가 과일나무에 열매 맺히듯이 풍성하게 마련돼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여행도 좀 할 겸 우선 10km 코스를 달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일단 마음에 와 닿은 대회에 접수를 해놓고보니 왠지 마음이 흐뭇했다.

 

“그래 이게 모험이고 인생 삶의 도전이다!” 마음속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대회날은 한 달하고도 보름정도 남아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마라톤을 하기 위한 정보들을 습득하고 회사를 마치는 데로 늘 한 시간 정도씩 땀 흘려가며 연습을 시작했다. 무릎 통증 때문에 가벼운 운동부터 조심스레 시작해 무릎 근력운동도 집중적으로 해가며 차가 없는 들녘을 달리기도 하고 넓은 녹색 그라운드인 김수녕 양궁장을 뛰기도 하며, 시간이 나는 데로 등산도 꾸준히 했다. 그러다 보니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삶의 여정을 공부하고 있는 듯 했다.

무릎의 통증은 금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도 하루하루 설렜다. 대회당일, 대회장은 전국에서 온 많은 마라톤 마니아들로 북적였고, 무릎의 통증도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사라져버린 듯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마라토너들이 모인 그곳에서 따스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곳저곳에서 스프레이 파스가 치익~치익~하며 상쾌하고 후끈한 향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도우미들이 참가자들에게 파스를 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무릎이 아픈 게 아닌 모양이다. 나도 다가가 무릎을 내밀었더니 치익~하고 정성스레 파스를 뿌려주었다.

모두 준비운동을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카운트를 합창했고, 마침내 대포소리와 함께 마라톤이 시작됐다. 제일 먼저 풀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다음으로 하프코스, 10KM, 5KM 순으로 출발했다. 가슴이 펑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맑은 공기, 깨끗한 바람, 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대도로를 달렸다. 이 기분은 직접 뛰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기분이리라! 풀내음 나는 맑은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들여 마시면서 들녘에 노랗게 익어가는 곡식들과 농부들의 말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함께 느꼈다. 마라토너의 발소리가 숨소리와 리듬을 맞추니 레이싱이 즐거웁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뿐 3km를 지났을 무렵부터 조금씩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헉~헉’ 거리는 고통스러운 숨을 내뿜게 됐다. 그 소리를 들으면 다시 마음은 괴로워지고 내 몸에 달라붙어있는 모든 것들이 거추장스럽고 피곤하기만 하다. ‘접수를 괜히 했다’는 후회도 들지만 체념하면서 달린다. 달리다보니 나는 그 누군가와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 뛰었을 뿐인데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나 자신과 싸움이 힘들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지금 이 순간, 인생선배들께서 흔히 말씀하시는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제야 에어 아치 돔으로 되어 있는 피니쉬 라인이 보인다. 이제는 나는 뛰는 것이 아니라 걷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곤하고 입은 말라붙어 마른 소리가 난다. 그래도 피니쉬에만 도착하면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줄 테니 죽을힘을 다해 힘차게 전력질주 해본다. 박수 소리와 사회자의 응원소리와 피니쉬 라인에서 센서칲이 울리는 소리에 나의 힘들고 짧은 여행은 끝이 난다. 센서를 반납하고 생수와 먹을 것과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사야 흐뭇한 행복감이 몰려온다.

 

지금도 10km 완주 메달을 바라보면, 시원한 그늘 밑에서의 휴식이 떠오른다. 그 시간은 마치 천국과도 같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다시 시간이 흘러 10년이 지난 지금, 무릎은 완쾌되었다. 나는 지금도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또 다른 모험도 시작했다. 패러글라이딩 6년차, 이젠 하늘을 즐기고, 바다를 항해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