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환경운동 – ubc 울산방송 디지털 기술센터 설제훈

[기술인이 사는 법] 참 쉬운 환경운동 – ubc 울산방송 디지털 기술센터 설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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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데 힘들지 않아?” 오후 뉴스 근무를 위해 7월 오후 2시의 불구덩이를 짊어진 채 자전거로 출근한 저를 보고 회사 선배들이 하는 인사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로 출퇴근 한지 벌써 6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주조정실 근무의 불규칙함으로 인한 체력저하와 건강검진 결과 비만이란 판정에 자극을 받아 무작정 자전거를 구입한 후, 바로 다음 날부터 편도 14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이곳저곳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었고 퇴근 후에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만큼 피곤했습니다.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건강이었지만, 그 이후 저를 계속 달리게 했던 것은 금전적인 이유였습니다. 왕복 30여km를 자가용으로 통근할 때는 다른 소모비용은 제외하고 유류비만으로 하루 오천 원 정도를 도로 위에 뿌리고 다녔습니다. 처음엔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전거 출퇴근을 반대하던 아내도 가계부에서 유류비가 적지 않게 빠지는 걸 보고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인데 왜 차를 타고 가냐고 등을 떠밀며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고 여기저기 구경하며 달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평소에 차로 다닐 때는 보이지 않았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가 보였습니다. 그동안 신호등과 속도계만 보며 그리고 주위 차들과의 신경질적인 적대관계를 유지하느라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전혀 관심 밖의 문제였다고 이야기하면 창피한 일이겠지만, 솔직하게 환경문제는 먹고 살기 바쁜 사람에게는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내 자신이 지구 살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러 환경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자전거 타기를 통한 환경운동 홈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자전거로 CO
2 다이어트 캠페인’ (www.co2diet.or.kr).


이 홈페이지에서는 기본적인 자전거 주행정보만 입력하면 ‘CO2 저감량’, ‘탄소배출권 가격 기준’, ‘유가기준’, ‘나무대체 효과’ 등의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홈페이지의 일부 내용입니다.


[박스처리] —————–

우리나라 전체 CO2 배출량 중 20%는 수송부문에서 발생되며, 서울의 경우는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더구나, 자동차 중 75% 가량을 자가용차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수송부문에서의 온실가스 저감은 에너지절약,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10km거리를 중형자동차 운전자가 차를 두고 자전거로 대신 이동한다고 할 때, 2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나무 0.1그루(낙엽송 30년생 1년 흡수량 기준) 나무로의 대체 효과가 있다고 한다.

(탄소배출량 계산식은 세종대학교의 ‘CO2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근거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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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을 하루만 자전거로 하면 0.3그루의 나무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그것을 내가 직접 실천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로 난 출퇴근길, 매연을 뿜어대며 꼼짝 못하는 차량행렬 사이에서 하루쯤 나의 차를 빼주는 것이 모두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6년여 전 처음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할 때에는 회사에서 저 혼자만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이제 ubc 울산방송의 자전거 출퇴근 인원은 6명으로 늘었습니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저로 인해, 그리고 자전거 출퇴근에 동참해 주신 회사 동료 분들 덕에 울산의 매연이 자가용 6대 분량만큼은 줄었다는 생각에 여느 환경운동가 보다 더 뿌듯함을 느낍니다.   


무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바깥 공기를 피하기 위해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에 의지하며, 아토피 등의 환경관련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실천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왜 차를 두고 출근을 하는지 설명해 준다면 아이들 역시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지구 살리기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