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도 놀이처럼

[기술인이 사는 법] 업무도 놀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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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도 놀이처럼
KNN 제작지원팀 이종록 차장

 지난 2월 말 즈음, 2009 프로야구 시즌을 대비해 사직야구장을 대대적으로 공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중석과 중계부스, 기자석, VIP룸 완전히 뜯어 고친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중계부스에 설치된 장비와 시설을 철거해야 했다. 해머, 빠루 등 작업도구를 주섬주섬 챙기는 동료들을 보고 있으니 지난 겨우내 잊었던 야구장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빠라라♪  라라라 ♬빠라라 라라라 ♩빠라라라라라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나요? 꽃처럼 어여쁜 ~~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
문성재의 부산갈매기를 함께 부르며, 봉다리 응원과 신문지 응원으로 야구장은 울긋불긋 장관을 이뤘다. 제 아무리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절로 흥에 겨워 춤추게 된다.
1루 관중석에서 시작된 파도타기 응원 물결은 관중석을 한 바퀴 돌아 다시 1루로 돌아온다. 파도타기 응원의 바퀴 수가 더해가는 동안 3만 관중이 하나 되고 야구장을 넘어 부산시민, 경남도민 뿐만 아니라 TV로 시청하는 모든 시청자까지 하나가 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이들도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인사를 나누고 어깨 동무를 하고 롯데 우승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모 통신회사에서 생각대로 이뤄진다며 내세웠던 ‘비비디바비디붑’처럼 롯데에는 부산갈매기가 우승을 향한 주문이다.
그 뿐인가 파울볼이 객석으로 날아오면 어김없이 ‘아주라’라는 구호가 터지고 매일 50~60개의 공이 어린꼬마들의 손에 주어진다. 그들이 장래 롯데 팬이 되어 또 다시 야구장을 찾게 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상대투수 겁주기 위해, 상대편 주자를 저지하기 위해 외치는 “마”  한마디는 웬만한 강심장 선수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처럼 진심으로 야구를 좋아하고 찾는 이들도 있지만, 간혹 외유(?)를 위해 오는 이들도 있는데…사직간식 3종 세트로 불리는 통닭, 족발, 김밥의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3만 관중이 들면 닭이 1만 마리가 팔릴 정도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사직 야구장이 이렇게 흥에 겨웠던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제작년까지만 해도 사직구장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888-8577. 누구네 집 전화번호인가 하겠지만 이것은 지난 7년 동안 롯데구단의 리그 순위다 이렇게 형편없는 성적을 달릴 땐 관중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고정 팬들이 관중석을 채우고 연간 시즌권을 사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팬들도 있다. 정말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중계부스를 향해 손을 흔들 때면 뭔가를 교감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KNN은 95년 개국 이래 계속해서 방송중계를 이어오고 있다. 사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계속 이어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롯데의 부진은 곧 시청률, 청취율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야구를 향한 부산경남시도민의 열정을 알고, 야구로 그들이 하나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롯데가 지면 KNN이 중계하러 왔기 때문에 졌다며 시비를 거는 취객도 있고, 철수하는 케이블을 밟고 지나가며 방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섭섭함과 진심을 알기에 그들의 등을 두드리며 달랠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가뭄에 콩 나듯 간혹 이길 때면 역시 KNN이 중계오니 승리소식이 함께한다며
어깨춤을 덩실 덩실 추는 팬을 보면 가슴 뭉클한 보람이 있다.
2002월드컵 한국축구에 있었던 히딩크의 매직처럼 2008 롯데는 자율야구를 펼치는 로이스터 감독이 사령탑으로 왔다. 이에 따라 롯데는 대변신을 했다. 계속된 팬들의 열정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이뤄낸 결과였다. 가을에도 야구를 하자는 슬로건 아래 전 선수들과 감독이 하나 되어 12연승이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뒷심 부족으로 4위로 밀리긴 했지만 약속대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에도 야구를 했고, 사직구장엔 또 한 번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의 패배로 4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래도 시즌동안 사직구장은 매일이 축제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있다.  이돼랑 이대호, 강풍기 강민호, 전국구 에이스 손민환, 미스트 쓰리런 가르시아, 순박둥이 이인구 ….. 이들은 최고이기 이전에 최선을 다했다.
누구 하나만을 꼽긴 힘들지만 그 중 이인구 선수는 꽤 인상적이었다. 2군을 오가던 그가  당당히 외야수 주전을 꿰찬 것이다. 한 선배가 바나나 우유를 사오랬더니 이인구 선수가 바나나와 우유를 사왔다는 바나나우유 이야기는 꽤 유명한데. 정말 그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운동장에서 열심인 그가 참 대견스럽다.
KNN이 롯데 팬인 것은 아니다. KNN의 시청자가 롯데 팬이기 때문에 KNN은 롯데가 이기기를 바라며 편파방송을 하는 것이다. 좀처럼 흥분을 잘 하지 않는 내가 롯데야구를 중계할 때면 흥분해 손을 놓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KNN 프로야구 중계는 재미있다. 
왜 이렇게 부산경남 시민은 야구에 열광적일까? 뜨거운 태양 아래 초록빛 그라운드 위의 작은 공 하나에 집중하며 혼신을 다하는 경기라서 좋고,  한번 공격하고, 한번 방어하는 정정당당한 경기라서 좋고, 또 중간 중간 쉬어가는 여유가 있어 좋고, 홈런 한방은 통쾌해서 좋고, 삼진은 시원해서 좋고, 또 하얀 공이 날아갈 땐 갈매기를 닮아 좋고,…
정말 어디 하나 싫은 구석이 없는 게임이다.
공채 1기로 KNN에 입사해 15년째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매너리즘에 빠질 만도 하지만 나는 매일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한다. 이처럼 매일 신입사원처럼 신바람 나게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게임에 임한 야구선수처럼 한마음으로 동행해주는 동기가 있고, 로이스터 같은 선배가 있고 이인구 같은 후배가 있기 때문이며, KNN과 부산 경남민들 모두가 우리의 동행자이기 때문인 듯 싶다.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누구든지 재미있는 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거든 KNN으로 와 벤치마킹하라.

롯데경기 재미있게 보는 법
팁 하나. 사직구장에 가서 봐라.
팁 하나. 경기장에 못 갈땐 KNN 중계를 봐라
팁 하나. 롯데 원정경기는 이렇게 봐라.(재미가 두 배)
         영상은 롯데 경기 중계하는 곳
         음향은 KNN홈페이지 라디오중계생방송
팁 하나. 야구경기를 싫어하는 친구와 함께 갈 땐 사직구장 가서 응원이라도 구경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