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 UHD 기술의 진보, 이래서는 힘들다

(보강) UHD 기술의 진보, 이래서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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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UHD 실험국이 10월 초 정식으로 문을 열 전망이다. 차세대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 국내 UHD 기술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지상파 4사 기술본부장들이 KBS 기술연구소에 모여 UHD 협약식을 맺은지 꼭 반년째다.

   
 

UHDTV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국제적으로는 미디어의 ‘차세대 먹거리’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기술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고 장기적인 발전동력을 극대화하는 중이고 영국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도 UHDTV 발전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NAB 2012에서는 ‘콘텐츠 딜리버리’와 함께 ‘UHDTV의 미래’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각국 방송기술 관계자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인바 있다. 또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방송장비 전시회이자 이제 국내를 넘어 이제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KOBA 2012에서도 UHDTV는 단연 최고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이번에 설립되는 UHD 송신시설은 그러한 ‘관심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KBS 관계자들은 "자체 TF팀을 통해 관악산 송신시설을 통한 성공적인 실험방송을 진행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방송사의 UHD 실험방송 자체를 부정적으로 재단하는 시선들이다. 특히 방송용 필수 주파수 영역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첨예한 대립관계에 있는 통신사측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신경질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의 사임 일주일을 남기고 기습적인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사 분할 할당을 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당연히 활용해야 하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뉴미디어라는 명분으로 방송사가 활용하면 어쩌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소위 친통식적 기조로 유명한 언론사에 의해 세세한 분석기사로 나오기도 했다.

또 제조사의 태도도 변수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곧 제조사의 TV 판매로 직결되어 엄청난 사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조사들은 그 과실만 가져갈 뿐 기술발전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방송사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3D 기술발전이 커다란 이슈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일본의 경우 방송사와 제조사가 컨소시엄을 설립하여 3D 기술발전에 힘을 모았던 것과 달리 국내의 경우 그 투자 부담은 온전히 방송사에게만 전가된 바 있다. 그리고 UHD 발전과 함께 이러한 행태가 또 한번 반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UHD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KBS와 제조사들의 지원 및 협력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LG 전자의 경우 8월에 개발을 마친 UHD 용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KBS와 협력하는 방안이 잠시 추진되기도 했지만 LG 전자의 해당 TV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결국 무산되었다. 결국 KBS 측은 LG 전자의 UHDTV 2대를 구입해야 했으며 지원 및 협력 협상도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일부 매체가 ‘삼성전자가 UHD 기술과 관련해 KBS와 협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KBS에 문의한 결과 이는 오보이며, KBS는 삼성전자와도 어느 정도 논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KBS는 삼성전자로부터 9월에 나오는 시제품 1대를 이미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송사와 제조사의 ‘미약한 협력’도 이제 그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UHD 디스플레이 실험 자체에서도 제조사들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사들은 방송국이 자신들에게 UHD 콘텐츠를 넘겨주면 자신들의 디스플레이로 시연을 하는 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에 방송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콘텐츠를 내어준 적이 꽤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실험은 UHD 전체 기술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방송사의 내부 결정에 따라 이제 사라질 전망이다. 3D에 이어 UHD 기술 단계에서도 방송사의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활발한 부의 배분과 투자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이제 제조사-방송사의 UHD 발전 영역에서는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