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그는 1월 27일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부하직원 비리 연루 책임에 통감하며 참담한 심정이다"며 "연초부터 부하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되었다는 보도됐다"고 사의의 말을 대신했다.
또 최시중 위원장은 기자회견실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고 멍하니 기자회견문을 바라보다가 기자들의 요구에 간신히 회견문을 읽어나가는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기자회견문을 읽어간 그는 "소문이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다는 착각을 만든다"며 그간 제기되었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다음 말로 "조직 자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참담하기 그지 없다"며 자신의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직하며
오늘 저는 제2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직하고자 합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요청 속에 2008년 3월 26일 갓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연임을 하며 4년 남짓 방통위를 이끌었습니다.
처음 부름을 받았을 때 국가와 사회가 저에게 부여한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했고, 모든 정성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육체적 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합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재임기간 내내 방송통신산업이 앞으로 우리 후손들의 20∼30년 후 먹거리가 될 것이며, 지금 그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렇기에 다소의 반대가 있었지만 방송산업 개편을 시도했고, 스마트 혁명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디어렙 법안 등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들이 있지만 네 분의 상임위원과 직원들을 믿고 홀가분하게 떠나려고 합니다.
저의 사임발표가 갑작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제가 떠나야할 때입니다.
연초부터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일 검찰에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을 기소했습니다만, 부하직원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말이란 참 무섭습니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 듯하게 착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주요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4년간의 방통위의 정책과 여러 가지 제도개혁들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저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된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부덕한 탓인 만큼 깊은 혜량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방통위원장으로 취했던 저의 선택과 결단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국민들과 역사에 맡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방통위 가족들이 지난 4년간 보여주신 헌신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일하는 즐거움으로 일이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앞으로 한국 방송통신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묵묵히 성원하겠습니다.
한편 최시중 위원장은 미디어 악법부터 종합편성채널 특혜 논란, 재송신 및 주파수 정책 로드맵 부재와 측근 비리 및 종편 돈봉투 사건으로 말미암아 거센 사퇴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당초 25일 귀국해 조사를 받기로 했던 ‘양아들’ 정용욱 씨의 조사일 자체가 늦어지며 언론보도를 통한 공세의 수위가 높아지자 전격 사퇴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는 당분간 홍성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대행을 맡으며 청와대는 빠르면 2월 국회와 협의해 새로운 방통위원장을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최시중 위원장 사퇴를 두고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재 급변하는 정치지형의 변화가 전격적인 위원장 사퇴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