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 통신회사에 팔아먹자?

‘황금 주파수’, 통신회사에 팔아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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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이 쓰고 있는 ‘황금 주파수’의 회수‧재배치는 경제적 효율성 외에도 공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보장 없이 통신회사들에 경매방식으로 넘겨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12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700㎒(698∼806㎒) 대역을 회수‧재배치키로 했는데, 현금 동원력으로 무장한 통신업계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700㎒ 대역은 1.8㎓ 등 고주파 대역보다 기지국을 적게 세워도 되면서 혼선이나 잡음이 적어 ‘황금주파수’로 불려왔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31일 ‘700㎒ 대역 주파수 이용정책의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주제발표문에서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파수 사용 현실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방송주파수의 회수‧재배치 문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송주파수 중 디지털 전환 후 회수할 수 있는 여유 주파수가 존재하느냐의 문제이며, 만약 회수할 수 있는 여유 주파수가 있는 경우 그것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요가 있느냐의 문제라고 봤다.

우리나라는 애초에 디지털 텔레비전 전송방식 기술 표준을 정할 때 유럽식 전송방식이 아닌 미국식 전송방식을 채택했다. 문제는 이 미국식 전송방식이 동일한 주파수로 전국을 동시에 방송하는 단일주파수망(SFN·Single Frequency Network) 방식을 구축하기 어려워 서로 다른 주파수를 배정해야 하는 다중주파수망(MFN)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지상파방송 상황은 미국과도 다르다. 권역은 많은데 방송구역 간 이격 거리는 짧고, 동일 방송구역 내에서도 산악지형과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주파수가 필요하다.

이런 데도 방송매체, 지형·건물 조건이 다른 외국과 비교해 주파수를 분배할 경우 가용 주파수 부족으로 지상파방송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게 될 것을 지상파 방송기술인들은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지형적 조건이 나음에도 우리보다 많은 50개의 DTV 채널을 배치했다.

방통위는 주파수 이용 효율이 떨어지는 MFN을 SFN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지난 2008년부터 진행 했으나, 현재까지 가시적인 결과는 내지 못했다. 최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 송수신을 하느냐에 따라 DTV 대역 내에서 여유분이 발생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셈"이라며 "그럼에도 현재 디지털 전환 후 채널 배치(안)은 발표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지상파 방송기술인들은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1년 정도 기다려보고 주파수 회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700㎒ 대역 중에서도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위한 대역을 최소한은 보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 역시 미래 산업의 동력으로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꼽고 있는데다가, 화질 열화 등 시청자 복리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매 방식으로 주파수를 배분할 경우 통신회사들의 독과점 구조만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 교수는 "국민이 주인이어야 할 주파수를 경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시장 기반의 주파수 관리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미국조차 주파수 공익적 활용의 필요성은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이번 토론회에는 김정삼 방통위 주파수정책과장, 김칠성 KBS 뉴미디어테크놀로지본부 송신부장,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전파정책연구 그룹장,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등이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