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Multi-Mode Service)가 어떤 사업자에게 유리한지 득실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 복지다. 찬-반 각 진영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면에 내세우는 주장도 바로 이것이다. 지상파방송사의 경제적 약자를 위한 무료 보편적 디지털 서비스에 반대하는 이는 없으니,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는다.
지난 2007년 8월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전국언론노조 등 방송현업인단체는 ‘시청자를 위한 무료방송서비스 강화 협의회’를 꾸렸다. IPTV 등 유료방송의 다채널 시대에 맞서 시청자들이 돈을 내지 않고도 많은 채널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여러 토론회에서는 지상파에서 새로 생기는 채널들은 소외 계층을 위한 공익성 채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2006∼2007년 당시 학계에서 제안한 방송사별 MMS 모델은 KBS가 뉴스·시사 전문채널 및 어린이·청소년·방송소외계층 전문채널이었다. MBC는 전국 계열사를 통한 지역 전문채널, SBS는 문화·교양·퍼블릭엑세스 전문채널, 그리고 EBS는 외국어·과학 전문채널이었다. 하지만 2009년 김인규 KBS 사장이 취임하며 제안한 ‘케이뷰 플랜’은 KBS-1TV, KBS-2TV, KBS드라마, KBS스포츠, KBS조이, KBS월드와 24시간 뉴스전문채널, 그리고 EBS 4개 채널과 MBC, SBS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2007년 언론시민단체에서는 KBS드라마, KBS스포츠, KBS조이처럼 유료방송에서 제공되는 채널을 무료로 MMS에 제공하는 방식은 방송 공공성 향상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장기적으로 방송 수용자 복지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MBC도 지역MBC슈퍼스테이션인 MBC NET이 있긴 하지만, 현재 서울MBC 경영진과 지역MBC 구성원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달 24일 청주와 충주, 강릉과 삼척에 각각 겸임 사장을 내정했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민영 미디어렙 논란에 이어 통폐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과 채널 편성이 공익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2007년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KBS와 MBC 구조에서 진보적인 언론시민단체 진영이 여기에 동의할 지도 미지수다.
2007년 MMS 논란이 한 차례 지나간 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독점판매 체제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변수다. 무료 MMS를 표방하고 있기에 수신료 같은 공적 재원이 아니라면 광고 수익에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경쟁판매 체제에서라면 더욱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편성하려 하지 않겠냐는 우려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월 열린 48개 언론시민사회단체 워크숍에서 종편 대응 방안 등과 함께 지상파 MMS 도입에 대한 합의된 원칙 마련을 올해의 주요 과제로 꼽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