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칼럼> 방송 기술, 2009 vs 2010

<이종화 칼럼> 방송 기술, 2009 v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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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상용서비스 2년을 넘긴 IPTV 사업자들에게 2009년은 힘든 한해였을 것이다. IPTV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독려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방송가입자 200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었겠지만, 생각만큼 수익모델도 탄탄치 못했으니 속빈 강정이라는 내부 비판은 더욱 힘들었을지 모른다. 통신사업자가 미디어 사업자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방송에 대한 이해부족과 그에 따른 기존 방송사업자들과의 갈등을 제때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2009년을 돌아보면서 짚어볼 항목이 적지 않으나 대략 네 가지로 묶어 2010년을 물어 본다.

  먼저, 2010년 IPTV 기상도는 케이블TV와의 본격적인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이 IPTV 3사 간에 치른 1차전이었다면 2010년에는 케이블TV 가입자를 빼앗아 와야 실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작년에는 pre-IPTV 가입자를 실시간방송 가입자로 전환시키고 TPS 상품으로 가입자를 확보해왔지만, 2010년에는 고착화된 유료TV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케이블가입자를 유인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널수가 80여개 내외로 늘어나면서 다채널 경쟁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케이블TV사업자도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미디어 사업자 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2009년은 지상파와 IPTV사업자간 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아 VOD 전송 중단사태를 빚기도 했고, 지상파와 케이블TV사업자는 지상파DTV 재전송 대가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저작권 침해 문제로 법정까지 가게 되었다. 더욱이 무료 다채널방송 플랫폼인 K-view Plan이 발표되면서 갈등이 고조되었고 오랜 동안의 공생관계가 대립관계로 바뀔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한 팔로는 지상파사업자와 다른 한 팔로는 IPTV사업자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케이블TV사업자에게 힘든 한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 내에서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매체정책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관련 부처의 관심이 더욱 요구되는 한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차별화된 양방향 서비스와 쓰기 쉬운 UI를 내놓는데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채널로 케이블TV와 경쟁하기에 크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가격을 더 내려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거나, 또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규 서비스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이를테면 이미 다른 나라에서 행하고 있는 Caller ID 서비스나 휴대폰과의 연동서비스 등 융합형 서비스들이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는 차별화는 간단치 않았으며, 세계 모든 사업자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친숙해진 인터넷서비스를 뛰어넘는 차별화라는 것은 그 어떤 사업자도 힘겨울 수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다. 

  마지막으로 개방형 플랫폼을 위한 표준화 문제이다. IPTV 3사의 서비스 기술규격이 달라 규모의 경제에 맞지도 않고 시장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 되었고 개방형 플랫폼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던 한해였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할 경우, 인프라구축 및 셋톱박스 보급에 기울인 엄청난 투자는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업자간의 새로운 갈등이 될 수도 있는 등, 이 문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IPTV의 수익모델과 관련해 투자대비 수익 전망이 희망적이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hybrid TV 모델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지상파방송사 입장에서 DTV 기반의 hybrid TV 서비스 플랫폼(OHTV : Open Hybrid TV) 구축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료 다채널 서비스 시도

  작년 말 KBS 김인규 사장이 취임식에서 표명한 K-view Plan은 지상파방송사업자에게 무료 다채널 서비스라는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2010년 한해는 이에 대한 방송업계 전반의 뜨거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 삼년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MMS에 대한 각 이해당사자의 기억이 남아 있지만, IPTV라는 새로운 변수 추가와 함께 무료 다채널방송 시도는 미디어 시장 전체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매체간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아쉬운 가운데 던져진 숙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이해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논리를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며 갈등도 증폭될 수 있다. 결국 관련 부처가 매체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큰 틀에서 이 이슈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즉,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물론 IPTV 사업자의 수익모델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전체 시장의 틀 속에서 당장의 큰 변화를 회피하면서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유익한 모델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파이를 키우는 공동 노력이 가해진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3DTV 실험방송

  2009년부터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거론되기 시작한 3DTV는 2010년 실험방송 정책이 표명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LCD TV와 LED TV로 글로벌시장을 장악한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국가적인 3DTV 지원정책에 힘입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해 방송사나 소비자의 니즈에서 출발했다고 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고 미래를 앞당겨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때로 부추김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0년 3DTV는 월드컵경기 등 좋은 이벤트들이 실험방송 대상이 되면서 국민의 관심은 물론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의 시선도 듬뿍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30년 가까이 3DTV에 엄청난 개발투자를 해온 일본의 기술진들이 안경식 3DTV 기술 개발을 접고 무안경식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점에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이다. 상용화에 한계가 있고 앞서나가지 못할 기술에 많은 것을 걸었다가 낭패를 당하게 된다면 돌아갈 길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 미디어의 수익 모델

  2009년은 YouTube가 맞춤형 광고서비스, TV프로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TV 광고시장 진출을 위한 대형화면용 ‘YouTube XL’ 서비스 등을 내놓으면서 수익창출에 노력한 한해였다. 이런 YouTube의 독주에 대응해 올드미디어인 기존 방송사들도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활발한 콘텐츠 서비스를 펼쳤다. 그 결과 Hulu는 서비스 개시 1년 반만에 YouTube에 이어 확실한 2위가 되면서 기존 방송사의 서비스 영역 확대 및 콘텐츠 분배 전략의 한 모델로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런데 대주주인 News Corp.이 가입자 기반의 유료화로 전환할 시기임을 표명하면서 2010년부터 유료모델을 도입하겠다니 그 귀추가 주목된다.

  2010년에는 저작권이 더욱 강화되고 시장의 파이도 더욱 조각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트래픽 비용을 감당하면서 지속 성장하려면 탄탄한 수익모델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2010년은 그런 수익모델들이 과연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의 한해가 될 것이며, 선택받지 못하면 2009년의 Joost나 엠엔캐스트처럼 희망을 접거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Hulu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 서비스의 도약은 케이블TV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을 통해 가입자들이 케이블TV 콘텐츠를 계속 즐길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고객을 빼앗기게 되고, 그 여파가 궁극적으로 가입 취소까지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Cord cutting’ 사태를 우려하게 되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Comcast가 중심이 되어 가입자에게 무료 제공되는 온라인동영상 서비스인 ‘TV Everywhere’ 를 내놓게 된 것이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Hulu의 유료화 전략 표명에 영향을 받았는지 케이블가입자에게 무료서비스 하겠다던 TV Everywhere도 유료화모델을 고려하겠다며, 무료 온라인 TV에 대항하기 위한 수익방안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케이블사업자들이 TV Everywhere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는 특히 한국의 케이블TV 사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왜냐하면 다채널서비스 경쟁에서 우월을 따지기 어렵게 되면서 양방향서비스라는 한 축을 놓고 IPTV 사업자와의 피할 수 없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 개편

  국회에서의 파란 이후 헌법재판소까지 들른 미디어법이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면서 2010년부터 신방겸영과 종편 방송사 출현 등 미디어 시장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T와 KTF의 합병으로 거대 통신사업자가 탄생했으며, LG 3사의 합병이나 SKT의 MSO 인수설 등 경쟁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TPS로부터 QPS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와 구조조정 관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논란을 겪으면서 일정이 많이 늦어진데다 2010년 지자체 선거 등의 정치일정 상 종편방송사 허가는 하반기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한다. 따라서 본격적인 시장 개편은 2010년 말 이후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종편 희망사업자들의 물밑 노력이 진행되면서 유리한 논리 쌓기와 여건 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송기술부문에서는 하반기 이후 선행 투자가 요구되면서 새로운 방송장비 및 디지털워크플로우와 같은 시스템 구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도 새로운 변화와 발전에 방송기술인들의 눈과 머리를 부담스럽게 하는 시간은 계속되겠지만, 한발 앞서가는 노력으로 그 시간의 마차를 모는 승리자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