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칼럼>방통위 출범 2주년과 최시중 위원장의 눈물

<강희종 칼럼>방통위 출범 2주년과 최시중 위원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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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종 기자 /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지난 1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눈물을 보였다.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법 통과 때는 집권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하더니 방송통신 문제 결정이 너무 느린 것 아니냐, 어떤 복선이나 저울질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다 감정이 격해졌는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최 위원장은 “언론인들이 보통 50대 중반에 퇴사하면 아득하게 남은 세월을 인간답게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을 한참했다. 저는 언론계 선배로서 진심으로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배로 남고 싶다”면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언론계 대선배’인 자신의 진심을 ‘까마득한 후배’들이 몰라주는 것이 야속했던 것 같다. 73세의 ‘대선배’가 눈물을 흘리자 날선 질문이 오가던 간담회 자리는 숙연해졌고 행사는 서둘러 마무리됐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이 ‘큰집 쪼인트’ 인터뷰 기사로 설화(舌禍)를 겪은 날이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김 이사장을 임명한 최시중 위원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오는 3월 26일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방통위 출범 2년을 놓고 그 성과와 과제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방송위원회와 정부통신부로 나뉘어져 있던 규제와 정책 업무를 하나의 기관에서 수행하기 위한 차원에서 출범했다. 방송통신 융합 기구 설립은 노무현 정권부터 추진됐으나 그 결실은 이명박 정부가 맺었다.

 지난 2년간의 가장 큰 성과에 대해 방통위는 ‘IPTV의 안착’을 꼽는다. 방통위 설립 과정을 지켜봤던 이들이라면 방통위 설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것이 바로 IPTV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방통위는 출범하자마자 IPTV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상파방송사와 IPTV사업자가 재송신과 관련해 갈등이 일자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두번째 성과는 통신요금의 인하를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 통신 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방통위도 출범 후 통신 요금 인하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지난해에는 초당 요금제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도입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숙원 사업이었던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것이 큰 성과다.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정보통신진흥기금의 관리 주체가 정통부에서 지식경제부로 이관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방통위의 살림은 늘 쪼들렸다. 하지만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그동안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들어가던 주파수 사용대가와 방송발전기금을 하나로 묶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신설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연간 1조3000억 원대의 기금을 운용할 수 있어 다양한 진흥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항상 정치적 쟁점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람잘 날이 없었으며 그 중심에는 늘 최시중 위원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시중 위원장은 방통위 출범 직후에 여당 측 인사들과 함께 ‘KBS 대책 모임’을 갖는 등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야 3대2 구조의 방통위의 합의체 기구는 민감한 쟁점이 있을 때마다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야당이 추천한 이병기 위원이 사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방통위의 행보는 그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신문과 방송의 경계를 허물고 대기업의 방송 시장 진출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은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에 국회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야당은 미디어법 자체에 반대하며 국회 통과 원천 무효를 외치며 반대했다. 이때 방통위는 미디어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으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등 후속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당시 여당과 방통위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해외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도 곧 미디어 빅뱅 시대를 열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때는 당장이라도 종합편성 채널이 등장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종편 선정을 미루고 있어 각종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럴 거면 왜 작년에 미디어법 국회통과를 밀어붙였는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방통위가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있는 사이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던 ‘정보통신 강국’의 자리는 위협을 받았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순위는 2년 연속 하락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매년 발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과 2008년에는 1위였으나 지난해에는 2위, 올해는 3위를 기록한 것이다. 정보통신 업계 종사자들은 방통위 출범 이후 ‘IT는 방송에 밀려 뒷전 신세’라고 푸념한다.

 결국 출범 2주년을 맞이한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어느 쪽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 신세가 된 것이다. 지난 18일 최시중 위원장이 흘린 눈물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지난 2년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