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방송 MBC 지키기 >

< 공영방송 MBC 지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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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편집위원 연제남

 2009년 새해의 시작을 무교동의 한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맞이했었다. 2008년 12월31일 종로에서 언론악법 저지를 위한 집회가 늦게까지 열렸다. 그 날 날씨는 유난히도 추웠다. 집회현장에 있던 선배들과 함께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간 술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제야의 종소리를 집이 아닌 곳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년 상반기 언론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이 이어졌다. 여당의 날치기 통과, 몇 달 후 이어진 헌재의 어정쩡한 판결로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헌재의 ‘미디어법의 처리 과정은 위법하나, 법 효력은 유효하다’는 판결 이후 냉소에 가까운 유머들이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도 하였다. ‘오프사이드는 맞지만 이미 들어간 골은 점수로 친다.’ ‘대리시험은 위법이지만 합격은 인정한다.’ ‘술 먹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베끼긴 했지만 표절은 아니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법을 잘 몰라도 상식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웃긴 상황인지를. 그것이 그들에게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게 하고 이 사회를 조롱하게 만든 것이다.
 
  ‘방송기술인’이라는 말은 나의 명함같이 느껴지지만 ‘언론인’이라는 명칭은 왠지 쑥스러움 같은 것이 느껴지고 나에게 맞지 않는 옷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기술인이라는 명함보다는 언론인이라는 명함을 달고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에 맞서 다시금 힘겨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MBC 엄기영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얼마 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사장의 이사선임권을 무시한 채 방문진이 선임한 이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치자 더 이상 소신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사퇴한다고 하였다. 지금 MBC 노조는 공영방송 MBC를 사수하기 위해서, 더 이상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할 수 없도록 옥죄어오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맞서서 비장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영방송 MBC사수를 위한 문화방송본부 조합원 총파업’ 찬반 투표는 노조원 96.7%의 투표율에 찬성률 75%로 파업찬성이 가결된 상태이다.

  이명박 정권의 시작과 함께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로 시작된 언론 손보기 작업이 YTN 사장교체를 거쳐 언론악법을 만들어냈다. 이어 MBC 경영진 교체와 방문진 이사들의 섭정을 통해 그 끝을 보려하는 정권의 의도가 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기관이다. MBC의 대주주로써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MBC 사장의 임명권, 해임권 등을 갖고 있다.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권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갖고 있으며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방문진 이사의 절반 이상이 여당성향의 인사들이고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권에 비판적이지 않은 친정부 성향의 방송을 만들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3DTV에 대한 방송 기술 적용 방안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2010년은 방송기술인들에게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다. 그 밖에 가상광고 기술, 미디어융합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방송 기술의 나아갈 방향 설정 등 많은 일들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올 봄 MBC 사원으로서 MBC 노조원으로써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한 일이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에 자리할 것이다. 많은 방송기술인들이 관심을 갖고 MBC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며 공영방송 MBC 지키기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