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유료방송 사업자, PP 간 이견이 큰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프로그램 사용료(PP 사용료)는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공급하는 PP에게 지불하는 대가로 지난 2008년부터 최저 수준을 설정하고 유료방송 사업자와 PP 간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사용료를 정하도록 해왔지만 객관적인 산정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11월 11일 오후 3시 목동 방송회관에서 ‘PP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기준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미래부는 “정부가 마련한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기준이 2015년도까지 적용됨에 따라 향후 규제 지속 여부 등 정책 방향을 올해 말까지 제시할 계획”이라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이해 당사자의 합의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방안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용역을 맡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자 간 자율 협상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다수의 PP들이 영세하고 협상력이 낮기 때문에 당분간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유료방송 사업자와 PP 간 협상에 지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PP 사용료 산정 기준 가이드라인(가칭)’을 마련해 이를 준수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KISDI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는 PP 사용료 협상의 기본 원칙, 협의 절차, 대가 산정 방식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됐다. 특히 PP 사용료 지급 기준은 현재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가입자에게서 받는 수신료 매출액뿐 아니라 홈쇼핑 송출 수수료, 단말 장치 대여 매출 등 PP 채널이 직간접적으로 SO 측 매출 증가에 기여하는 요소까지 포함해 산정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PP 채널과 홈쇼핑 채널이 하나의 번들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PP 채널이 홈쇼핑 송출 수수료 등 SO 매출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부분은 맞다”며 PP 사용료 지급 기준에 홈쇼핑 송출 수수료 등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PP 업계는 KISDI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병극 재능방송 실장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비용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며 “정보 공개라는 사전 전제가 필요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KISDI는 또한 PP 사용료 산정 기준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을 SO에서 위성방송, IPTV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ISDI 측은 “PP 사용료 지급 제도 도입 당시인 2008년은 IPTV가 시장 진입 초기 단계였지만 지금은 가입자와 점유율 증가로 PP에 대한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PP 사용료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O와 위성방송, IPTV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ISDI가 내놓은 이 의견에는 대다수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위성방송이나 IPTV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고, 한상진 씨앤앰 전무 역시 “SO의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KISDI가 내놓은 공식에 SO만 넣는다면 PP는 더 불리해질 것”이라며 “위성방송과 IPTV 모두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반영해 PP 사용료 지급 기준 개선 방안을 수정․보완하고, 이해 당사자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안으로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