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성공?…콘텐츠에 달렸다 ...

OTT 성공?…콘텐츠에 달렸다
“당장은 넷플릭스 킹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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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넷플릭스와 유튜브, 아마존 등 글로벌 OTT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의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결합한 새 브랜드 ‘웨이브’의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SK텔레콤의 마케팅 능력으로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관련 업계에서는 “양질의 콘텐츠 없이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는 8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방송 산업 활성화와 미디어 콘텐츠 해외 진출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김용배 콘텐츠연합플랫폼(CAP) 부장은 “방송사와 통신사가 손잡은 것만으로도 미디어 산업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킹덤’처럼 순수하게 웨이브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는 ‘킹덤’ 보다 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2천억 원 규모를 투자할 예정인데 100만 명 정도에 불과한 통합 OTT에만 콘텐츠를 제공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서 “당장은 적지만 향후 가입자가 늘어나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찻잔 속 태풍’이라는 수식을 받아왔지만 최근 1년 동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국내 유료 구독형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의 효과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은희 작가의 집필로 화제를 모았던 ‘킹덤’은 회당 제작비에 20억 원에 이른다.

홍종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팀장도 “웨이브가 (넷플릭스처럼) 한편에 100억 원을 투자할 수 있겠느냐”며 현실적인 어려움에 공감을 표했다.

김희경 성균관대 학술교수는 웨이브의 방향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김 교수는 “웨이브가 국내 OTT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OTT와 글로벌 OTT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적인 측면에서 수준‧규모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당장 넷플릭스와 경쟁하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성과를 따져 단계적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상무도 “국내용인가, 해외용인가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웨이브는 이제 막 출범한 단계”라며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세미나에서는 콘텐츠의 중요성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팀장은 발제에 앞서 KBS미디어, MBC, SBS콘텐츠허브, CJ ENM, JTBC에서 해외 수출 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한 사람들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유 팀장은 “한동안은 드라마만 제작하면 해외에서 입도선매할 정도였으나 국내 시청률의 감소와 함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면서 “킬러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현재 방송사와 제작사 대부분이 적자를 보고 있는 등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선 제작사 등의 노력과 더불어 △부처별 제도 통일 △정산 시스템의 간소화 △정부 지원 쇼케이스의 질적 수준 향상 △해외 마켓 지원 강화 등의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글로벌 OTT 사업자의 세금, 망 사용료 등 역차별 문제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발의된 OTT 규제법에 대해선 “OTT를 규제하려면 유료방송의 대체성을 입증한 뒤 규제 수위를 검토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OTT 규제에 앞서 기존 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