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 “MBC 블랙리스트는 고영주가 지시했다”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판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PD와 기자들의 제작 거부에 이어 아나운서 27인도 제작 거부에 동참키로 했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8월 24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MBC판 블랙리스트’가 발견됐다며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 2건을 공개했다. 이 문서들은 작성 당시 재직 중이던 MBC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뒤,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 ☆☆는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 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 ○는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의 카메라기자 시스템의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 못한 이들, △는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 ×는 지난 파업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블랙리스트가 공개되자 사측은 ‘정체불명의 문건’이라며 “유령 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 회사를 비방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력 대응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PD수첩> 제작진의 제작 중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제작 거부에 동참하는 PD와 기자들이 잇따랐다. 시사제작국에 이어 콘텐츠제작국 PD, 영상기자, MBC 기자회가 제작 거부를 선언했으며 8월 17일에는 아나운서 27명도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해당 블랙리스트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지시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월 23일 진행된 ‘사장 면접 속기록’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냐”고 묻는 등 노조원들의 업무 배제를 노골적으로 지시했다. 이에 대해 당시 사장 후보자였던 김장겸 MBC 사장은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봅니다”라고 밝혀 노조 소속 여부나 파업 참가 이력 등을 살펴 인력을 배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월 사장 후보자 면접은 사실상 중대 범죄 행위의 지시, 실행을 함께 모의한 자리였다”며 “이에 관여한 자들 모두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으로서 부적격임은 물론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8월 24일 오전 9시부터 29일 오후 6시까지 쟁의행위 확대를 위한 조합원 투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해당 투표에서 파업이 결정되면 MBC는 지난 2012년 총파업 이후 다시 한 번 모든 조합원들이 일손을 놓게 돼 방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MBC 사측은 <PD수첩>으로 촉발된 PD, 기자, 아나운서들의 제작 거부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기간 쟁의 행위로 소수 지명 파업을 해오던 언론노조 MBC 본부가 최근 부분 파업으로 쟁의 행위를 확대했다”며 “언론노조의 파업 행위에 대해서는 법령에 따라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을 강제 적용할 수밖에 없고, 무노동 무임금은 법에 정해진 확고한 원칙으로 사후 보전할 수 없으며 추후 다른 명목으로 보전할 경우 배임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