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 휴머니멀 생생한 촬영 현장 비하인드 ① ...

MBC 다큐 휴머니멀 생생한 촬영 현장 비하인드 ①
[인터뷰] 김화영 MBC 영상미술국 영상1부 촬영감독

4213

<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 이진범 기자] 1. 이번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준비한 사항은 무엇인가요?
MBC 창사다큐 ‘휴머니멀’은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다큐로서 기본적으로 촬영지가 도시가 아닙니다. 아프리카 오지인 경우도 많고 통신 상태, 전기 상태가 들쑥날쑥하여 배터리 충전이나 데이터 백업에 어려움이 아주 많았습니다. 드라마 촬영과 다큐 촬영을 하고 있지만 다큐는 드라마에 비해서 촬영 여건이 상대적으로 훨씬 열악합니다. 우선 인원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적은 스텝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장비를 경량화 화고 스텝들의 손발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덥고 먼지가 많은 곳에서 촬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지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검증된 카메라가 필요하였습니다.

메인 카메라는 캐논의 C-300과 소니의 Z-450을 준비하였고, C-700, 5D MK4, 고프로, 4K 핸디캠, 드론 등 많은 카메라 장비를 준비하여 현장 상황에 맞게 카메라들을 조합하여 운용하였습니다. C-300은 4K 30p가 가능하고 EF 렌즈를 사용하여 기동성 있게 들고 찍을 수 있었고, 심도가 얕아 인물이나 피사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다큐에 최적화된 카메라입니다. Z-450은 ENG 타입의 4K 카메라로 2/3인치 CMOS 센서를 사용하는 카메라입니다. 심도는 C-300에 비해 깊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포커스가 가능하고 숄더 타입 핸드헬드가 가능하여 망원렌즈 상태에서도 핸드헬드로 촬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카메라가 쓰임과 장단점이 명확하여 상황에 따라 섞어서 촬영하였습니다. 또한, C-700에는 1000mm 망원렌즈를 달아 동물의 다양한 모습들을 촬영하였습니다. 1000mm 망원렌즈는 동물 다큐에서 필수적인 렌즈입니다. 초망원 렌즈를 사용해서 접근 불가능한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2. 촬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항은 무엇인가요?
다큐를 찍다 보면 아무리 사전 준비를 많이 하고 자료조사를 치밀하게 해도 막상 도착한 현장은 조사했던 내용과 너무 다르거나 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촬영팀은 무언가를 찍어내야 합니다. 피디와 함께 고민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든지 부족한 아이템을 무언가 풍성하게 할 대체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큐를 찍는 촬영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유연함입니다. 무언가를 판단할 때 함부로 단정하지 말고 그 이면의 다른 모습은 없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의 입장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상황에 대해 고정된 시각과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아프리카에 두 달 가까이 있으며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고, 백인들 또한 다큐에서 많이 보이는 흔한 사대주의 없이 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아프리카는 과거 백인들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백인은 흑인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습니다. 또한 동물을 보호하는 여러 NGO 단체의 수장들은 대부분 백인이었고 흑인들은 그들 밑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지금도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백인들이 원주민인 흑인들에 비해 좀 더 우월하거나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기 쉬운데 그런 마음을 일체 배제하고자 하였습니다.
백인들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식민지 시대를 거쳐 이제 흑인들이 주체가 되어 아프리카에 살아갑니다.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노력하였습니다. 편견 없는 유연한 마음이 촬영감독에게는 중요한 미덕입니다. 피디는 이야기의 방향성을 추구하고 그 방향으로만 이야기와 촬영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진실이 될 수 있도록 담아내는 건 촬영감독의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트로피 헌팅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과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 사냥을 잔인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헌터들과 트로피 헌팅 산업 종사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들은 트로피 헌팅으로 인해 동물이 오히려 보호되고 더불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로피 헌팅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촬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트로피 헌팅에 대한 저의 생각 또한 그들(헌터들)의 궤변과 동물사냥의 잔인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촬영할 때는 최대한 그런 마음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시선에서 촬영하려 노력하였습니다.

3. 촬영하시면서 야생동물의 참모습을 본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너무나 유명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밑 국경지대가 케냐의 마사이마라 지역입니다.
그곳은 킬리만자로와 케냐산이 위치하여 고도가 높은 평원지대입니다. 그래서 적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사계절 초원이 펼쳐지고 물도 풍부하여 동물들이 살아가기에 아주 적합한 곳입니다. 그렇기에 수십만 마리의 누우떼와 얼룩말,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동물들이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를 정기적으로 이동하며 풀을 뜯으며 살아갑니다. 그 동물들을 잡아먹는 육식동물들 역시 그곳에서 풍성한 먹이활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보던 풍경들이 바로 그곳입니다. 동물 대이동이 막 시작될 무렵 케냐의 마사이마라 지역을 가본 적이 있습니다. 촬영을 위한 사전 답사였지만 수만 마리의 누우떼와 얼룩말 등이 이동을 막 시작하였던지라 초원이 온통 동물로 뒤덮여 있는 대자연의 장관을 본 적이 있었고 그 감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한, 방송에도 표현되었지만 아프리카 곳곳에서 밀렵이 자행되고 있고 동물과 인간의 갈등으로 점점 살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있는 야생 동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밀렵당해 죽은 코끼리 사체들, 세상에 단 두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흰 코뿔소를 볼 때는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들을 보호하려는 인간들의 수많은 노력이 있지만 밀렵이나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는 점점 더 대담해지고 과감해 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은 점점 살 곳을 잃어가고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잔인한 인간들의 모습은 동물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실제 촬영을 하고 나니 공존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멀게 느껴지지만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이 지구에서 살아나가야 할 공존의 대상입니다.

4. 프레젠터와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배우 세 분(류승용, 박신혜, 유해진)과 함께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정말 어렵게 섭외했지만 섭외 이후 촬영장에서는 스텝들을 편히 대해주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연예인들이 열흘 정도 아프리카에 와서 동물과 함께 어떤 일들을 한다고 해서 그 모습이 진정성 있게 보일까 하는 의구심이 더 많았고, 그렇기에 프레젠터들을 편견으로 바라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동물과 자연을 대하는 진정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분들이고 그런 만큼 공존에 대해서도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대한 그분들의 따뜻한 시선은 진심이었고 카메라로 그 모습들을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담아내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야만 더 많은 시청자에게 세상의 모습을 알리고 바꾸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촬영하였습니다. 그분들 덕택에 휴머니멀이라는 다큐가 좀 더 대중성을 갖고 많은 분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5. 촬영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여러 번의 창사특집 다큐에 참여하면서 수많은 오지에 다녔습니다. 제대로 씻지 못하는 곳은 기본이고, 이름 모를 벌레와 모기가 들끓는 곳에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몇 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뎅기열에 걸려 일주일간 고열과 근육통으로 고생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 배우 유해진 씨와 6월에 미국으로 촬영을 갔습니다. 그 전에 아프리카 대륙의 잠비아에 가서 트로피 헌팅을 촬영하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촬영지는 미국이고 어미 잃은 새끼 곰을 보호하는 박사님을 찍으러 가는 거라 촬영 현장의 여건은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야 여건이 안 좋을 거라 당연히 생각하고 갔지만 미국은 그보다는 나을 거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보스턴 위 뉴햄프셔의 조그만 시골 마을의 숲속에 그렇게 모기와 진드기가 많을 줄이야. 5일 정도 새끼 곰들과 함께 촬영했는데 그들이 아침을 먹고 산책하러 들어가는 그 숲속에서 하루에 수십 방씩 모기에 물렸습니다. 촬영을 하다 보면 모기 윙윙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눈앞에 모기 날아다니는 게 보이고 내 손등을 모기가 물고 있는 게 느껴지고 있는데도 촬영 중이라 카메라가 흔들리면 안 되니 모기에 물려가면서도 촬영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정말 옷으로 가리지 않은 모든 부위를 모기에 수십 방씩 물렸습니다. 약을 발라도 소용없고 가려움에 잠도 잘 못 자고 촬영 기간 내내 너무도 고생했습니다만 지나고 나면 또 잠깐의 에피소드이고 추억입니다.

진드기도 문제였습니다. 숲에 사는 진드기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에 있다가 옷에 옮겨 오는데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고, 계속 살을 물고 피를 빨고 있어 목 뒤가 가려워 뭔가 떼어내면 진드기이고 해서 고생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샤워해도 없어지지 않고 침대 속에 같이 살아갑니다. 결국, 귀국해서 집에 가기 전 빨래방에 들러서 모든 옷을 집어넣고 고온세탁을 하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짐바브웨에서는 사자를 촬영하는데 다 큰 수사자는 저보다 체격이 두 배 이상 큽니다. 그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비록 저는 안전한 실내에서 철창 하나를 두고 촬영을 하지만 사자가 커다란 소의 뼈들을 우걱우걱 씹어 먹는 모습을 2m 정도 앞에서 보면서 그 으르렁 소리와 모습에 굉장히 놀란 적이 있습니다.

또한, 보츠와나 초베 국립공원에서도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곳은 잠베지강이 있고 물길을 따라 수많은 야생동물이 사는 국립공원 지역입니다.
그곳에서는 밤중에 걸어 다니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치안이 위험한 게 아니라 밤이 되면 숲에서 물가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내려오기 때문에 도로에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경우가 많아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밤에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들었고 촬영을 위해 밤에 밖에 나가보니 수많은 코끼리, 버펄로, 사슴 등등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촬영하며 동물원에서만 보던 수많은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직접 보고 만지고 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오지에 가서 감동적인 풍경은 바로 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와 수많은 별이 맨눈으로도 쉽게 보입니다. 문명과 먼 곳으로 갈수록 별은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번 촬영 기간 내내 수많은 별을 보고 은하수를 촬영하면서 낮 동안의 바쁜 시간을 잠시 잊고 쉬어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