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LG전자가 내년 미국에서 출시할 TV에 ATSC 3.0 수신기를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ATSC 3.0은 미국의 차세대 방송 표준으로, ‘넥스트젠(NEXTGEN) TV’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존 무선 주파수(RF) 방식에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더해 4K UHD 방송, 5G 연동 서비스가 가능하며, 재난방송에서 높은 활용성이 주목받은 바 있다.
LG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사 TV 제품에 대한 ATSC 3.0 기술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LG전자의 결정은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에서 내린 판결의 영향으로 보인다.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 콘스텔레이션 디자인은 지난 2021년 LG전자 한국 본사, LG전자 미국법인, LG전자 미국 앨라배마 공장 등 3곳을 대상으로 LG전자의 TV 라인업에 자사 특허 4건을 침해한 ATSC 3.0 규격 수신기가 장착돼 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LG전자가 콘스텔레이션 디자인에 적합한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대당 6.75달러, 총 168만 달러(한화 약 22억 7,000만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LG전자는 FC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ATSC 3.0 표준 특허를 보유한 일부 기업이 전 세계 주요 표준화 기구가 표준특허의 채택 조건으로 삼고 있는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RAND)’을 지키지 않고 있는 문제를 살펴봐 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공재 성격이 큰 TV 표준 기술이 특허관리전문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넥스트젠TV 기술을 적용한 TV의 선도적 개발업체이며, ATSC 3.0을 적극 지지하는 자사의 이 같은 결정은 쉽지 않았다”면서 “향후 진행되는 소송 과정에서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TV 표준에 대한 특허 환경이 바뀌지 않을 경우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 소니 등 다른 TV 제조사도 특허 사용료 압박으로 ATSC 3.0 지원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 UHD 방송 표준으로 ATSC 3.0을 채택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