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는 11월 1일 ‘방송편성규약(이하 편성규약) 개정안’을 경영회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편성규약 개정은 지난 2003년 11월 개정 이후 16년 만이다.
KBS는 “이번 개정은 편성규약이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고, 지난 16년간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편성규약 개정 논의는 3월 28일 전체 편성위원회(공정방송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노사 동수의 개정 T/F를 구성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T/F 협의, 사내 의견 수렴, 이사회 의견 청취, 법률 검토를 거쳐 10월 22일 전체 편성위원회에서 편성규약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결 직후 양승동 사장과 이경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서명했고, 오늘 경영회의에서 원안의결됨으로써 편성규약이 사내 규범으로서도 확고한 효력을 갖게 됐다.
핵심은 편성위원회 정상화다. 양 사장도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KBS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취재‧제작 종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동안 편성규약의 실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편성규약에는 ‘독립성의 보장’ 항목이 신설됐다. 규약 제4조에 따라 KBS의 모든 구성원은 △외부 이익집단의 압력 △조직 내규가 정한 권한과 책무를 넘어서는 부당한 간섭 △사적 이익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특히 KBS 사장은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방송의 독립을 지킬 책무를 진다.
취재 및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의 의무 역시 보완했다. 책임자와 실무자 모두 ‘취재 및 제작의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책임자가 지위와 권한을 남용할 여지를 줄이고, 실무자의 자율성은 규범을 준수할 때 주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편성위원’ 조항이 신설됐다. 편성위원은 1년 임기로 활동하되, 연임할 수 있다. 활동 기간 동안 편성위원은 ‘자신이 소속한 부서나 조직, 직종 및 직급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되고, ‘취재 및 제작의 규범에 입각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할 의무를 부여 받았다.
본사에만 있었던 편성위원회는 지역까지 확대된다. KBS 9개 지역방송총국에 ‘지역 편성위원회’가 설치되며, 지역 편성위원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안은 전체 편성위원회에 상정한다.
분야별·지역 편성위원회는 책임자/실무자 양측이 합의하지 않는 한 매달 열어야 한다. 이는 편성위원회 무력화를 막기 위한 강제 규정이다. 특히 양측 중 일방의 요구가 있으면 24시간 안에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누군가 편성위원회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전체 편성위원회가 관련자의 징계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전체 편성위원회는 단체협약에 따라 공정방송위원회가 맡는다. 이번 개정에서는 노동조합이 여러 개 있을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구성하는 공정방송위원회’가 전체 편성위원회를 대신하도록 명시했고, 교섭대표노조가 없거나 단체협약이 실효된 경우에도 전체 편성위원회가 유지될 수 있도록 위원 구성 조항을 신설했다.
편성규약의 효력은 온라인 영역까지 확대됐다. 개정 편성규약은 KBS의 정체성을 ‘공공서비스미디어’로 규정하고, 편성규약의 효력이 ‘방송 외 미디어 내용물’까지 미칠 수 있도록 했다. 즉, 앞으로는 KBS홈페이지에만 올린 디지털 뉴스 기사도 편성규약의 적용 대상이 된다.
‘국장 임명동의’ 규정도 신설됐다. 국장 임명동의가 방송의 독립성·공정성 보장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편성규약에 포함하되, 해석이나 법 적용에 혼란이 없도록 편성규약에는 선언 규정만 담고 자세한 사항은 단체협약에 싣는다.
마지막으로 기존 편성규약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 보완이 이뤄졌다. 방송법에 따라 KBS는 항상 편성규약을 유지해야 하는데, 유효기간이 2년인 단체협약에 국한될 경우 방송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로서 노사 대표가 개정안에 서명하여 합의의 형식을 취하되, 최종 개정 결정과 공표는 방송 사업자 대표인 사장이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만 향후 책임자 측이 편성규약을 일방적으로 개정하지 못하도록, 책임자 측과 실무자 측이 협의를 통해 편성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