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하 ICT) 분야의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정통부 시절로의 무조건적인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와 학계에서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콘텐츠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현 정부에 ICT 컨트롤타워가 없어 국내 기업의 대처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ICT 분야의 새로운 판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분산돼 있는 ICT 정책을 통합해 처리할 수 있는 컨트롤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의 ‘정통부 부활론’이 그것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회 ICT 전문가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역시 대체적으로 ICT 거버넌스 개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ICT 거버넌스의 현황과 미래’라는 발제를 통해 “현 정부의 ICT 거버넌스는 주관부처의 부재, 정책 중복과 공백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주무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기준 이화여대 교수 역시 “현 정권이 탄생하면서 정통부가 해체됐고, 정통부 업무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로 분산돼 정책의 방향이 뒤죽박죽 되었다”면서 ICT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태명 교수는 단순한 정통부의 부활은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지적하며 “ICT 구성요소인 콘텐츠(C)와 플랫폼(P), 네트워크(N), 기기(D)를 독임제 전담부처에서 맡아 처리하면서 분야별로 부처를 따로 지원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ICT 재편 논의가 각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도록 각 부처의 자기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 부처의 자기반성이 없이는 새로운 판을 짜도 결국은 똑같은 ‘성과 없는 결과’만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진영 새누리당 의원과 변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동위원장으로 출범한 ‘국회 ICT 전문가 포럼’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향후 ICT 관련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전문가 및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정 활동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ICT 전문가 포럼은 여야 국회위원 10여 명을 비롯해, 학계와 산업계, 연구계 등 전문가 50여 명 등 총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후 산하에 기술산업분과, 경제경영분과, 국제협력분과, 사회문화분과 등을 구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