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스타벅스는 화장실을 개방해 사람들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 주면서 단순하게 커피 파는 가게를 넘어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맨해튼의 화장실’이라는 특별한 별명을 얻게 됐다. 차기 정부도 ICT 전담부처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해결치 못한 국민들의 절실한 욕구를 해결해 ‘대한민국의 화장실’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면 좋겠다.”
과연 ICT 전담부처 설립만으로 미디어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차기 정부의 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ICT 대연합을 중심으로 ICT 전담부처 설립에만 치중하고 있어 정작 중요한 문제인 미디어 생태계 복원 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새 정부 방송통신 정부조직 개편의 현안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이 차기 정부에 원하는 것은 통상적인 행정서비스가 아니라 ICT 전담부처를 통한 일자리 창출, ICT 경쟁력 확보, 정보사회 부작용 해소, 좋은 콘텐츠 제공 등 절실한 욕구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ICT 전담부처가 있었으면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ICT 전담부처 = 해답’이라는 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 위원 뿐 아니라 최근 ICT 대연합을 중심으로 ‘ICT 전담부처 설립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라는 식으로 ICT 논의를 끌어가면서 학계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그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흔히 말하듯 과거 정통부 시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던 정통부 관료와 통신 업계의 유착 구조가 ICT 전담부처 설립으로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ICT 전담부처 설립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체제가 끊임없이 정치 과잉과 전문성 부족이라는 논란에 시달리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꼭 독임제 혹은 합의제와 같은 구조적 문제였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강 위원은 “ICT 전담부처의 경우 방통위, 문화부, 행자부 기능 간의 예산 중복 및 부처 이기주의 관행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겠지만 관련 산업 진흥이나 미래 투자의 관점에선 실효성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담부처 신설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역시 “ICT 실패라는 말이 독임부처가 없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독임부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을 전제로 한) 각 부처간 의견조율”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