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민예능’으로 불리는 <무한도전>의 중국판이 제작된다고 발표된 가운데 중국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와 중국 CCTV는 지난 18일 상하이에서 <무한도전>의 중국 진출을 알리는 제작발표회를 열고, 중국판 <무한도전> 시즌1 협력 의향서 체결을 진행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MBC와 앙시 창조미디어유한회사(CCTV 전액 출자 회사), Starry Production, Voice of China 제작사 등이 참석했다.
MBC는 “현재 중국에서 여러 방송사나 제작사가 <무한도전>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판 <무한도전> 제작을 공식 발표하게 됐다”며 “CCTV에서 방송되는 것 이외에는 MBC와 무관한 것으로 <무한도전>으로 오인케 하거나 혼동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은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03년 KBS가 <도전! 골든벨>의 포맷을 CCTV에 수출한 이후 MBC <러브 하우스>, <나는 가수다> 등의 포맷이 수출됐다. <나는 가수다> 이후에는 예능 프로그램 포맷의 해외 진출이 줄을 이었다. KBS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 MBC <우리 결혼했어요>,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SBS <런닝맨>, <K팝스타> 등 국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거의 대부분 중국으로 포맷이 수출됐다.
여기서 말하는 포맷이란 시리즈 형태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변하지 않고 꾸준히 지켜지는 핵심 구성 요소를 뜻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프로그램의 틀을 빌려 쓰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이 방송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수익의 다각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국내 방송사업자들도 중국으로의 포맷 수출을 반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포맷 수입이나 공동 제작을 통해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습득하면 수년 후에 국내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할 일이 없게 되거나 오히려 우리가 중국 프로그램을 역수입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작 인력이 공동 제작의 형태로 중국에 많이 들어가 있고, 중국 기업들이 국내 인력을 많이 스카우트하고 있다”며 “재작년까지 줄을 이었던 프로그램 포맷 수출도 작년부터 줄어들고 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발효된다면 나중에 중국 콘텐츠 하청업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나 방송 업계에서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