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인간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는 인류 역사상 고대로부터 인식되어 온 하나의 이념이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1948년 UN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에는 간섭을 받지 않고 의견을 지닐 자유와 무슨 수단을 통해서거나 그리고 국경과는 무관하게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얻고 또 전달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종종 헌법적 가치라고도 불리는데, 사실상 국내 헌법에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 2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言論)은 담화, 토론, 연설, 방송 등 구두(口頭)에 의한 사상 또는 의견의 표명과 전달을 말하며, 출판(出版)은 문서, 도화, 사진, 조각 등 문자(文字)와 형상(形象)에 의한 사상 또는 의견의 표명과 전달을 의미하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고 한다. 이외에도 우리 헌법에서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를 내포하고 있는 조항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해외에서나 국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중요시 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모든 의사활동의 수단으로서 인간이 살아가는 기초적인 방법이며,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중요한 의사표현의 수단이기에 민주국가 사회질서의 핵심을 차지하는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정치를 최종적으로 지탱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공공적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고대에서부터 계승되어 오던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최근 노골적으로 부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의 자유를 누구보다 보장해야 할 언론사에서, 게다가 공영방송이라고 불렸던(?) MBC에서 발생한 일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는 존재한다.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국내에서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했을 경우에 한정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MBC는 권PD의 표현이 MBC에 대한 해사행위,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해고’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동의할 수 없다. 권PD의 웹툰이나 알려진 글을 아무리 보수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안전이나 질서, 복리에 위배되거나 명예, 권리, 도덕, 사회윤리에 위협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영방송 MBC의 종사자로서 MBC에 대한 반성과 애정 어린 비판 혹은 풍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과 기대는 사라지고 있다. 아니 이제는 포기의 단계에 접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한 언론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분야 여론조사 결과 MBC는 2009년 31.3%, 2010년 29.7%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MBC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뢰도도, 영향력도 지속적인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10위권조차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권력,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으로 사랑받던 MBC는 소위 말하는 엠병신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MBC에 대한 해사행위와 명예를 훼손시킨 자들은 누구인가? 단언컨대, 자신의 조직을 향해 반성과 비판을 가한 권PD는 절대 아니다. MBC를 현재의 모습으로 변질시킨 권력과 권력에 기대어 언론사이기를,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다. 권력담당자들이다. 권력담당자들이 눈과 귀를 닫고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이 옳은 것이라고 확신할수록, 아집을 갖을수록 그에 반대되는 사상이나 의견을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탄압하려 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MBC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이러한 비판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면, 개인의 표현의 자유조차 보장되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자유와 권리의 진정한 보장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