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현희)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발생 시 언론의 취재와 보도 기준을 담은 재난보도준칙이 마련됐다.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5개 언론단체는 9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보도준칙을 선포했다.
재난보도준칙(이하 준칙)은 이날부터 시행되며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한 언론사가 이를 어기면 각 사가 속한 심의기구의 제재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별 언론사 또는 개별 단체가 보도준칙을 제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언론단체들이 공동으로 준칙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선포된 준칙은 전문과 3개의 장(章), 부칙 그리고 총 44개의 조문으로 구성됐다. 준칙의 전체적인 내용은 재난 보도의 우선 가치를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에 두는 방향으로 제정됐다.
준칙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제2장 취재와 보도는 △일반 준칙 △피해자 인권 보호 △취재진의 안전 확보 △현장 취재 협의체 운영 등으로 세분화됐다.
앞서 지난 8월 25일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 심규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장 겸 대기자)이 “준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사항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으며, 현재 마련된 준칙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이날 선포된 준칙은 시행 과정에서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28조부터 제33조까지의 내용인 현장 취재 협의체 운영 부분은 실효성 측면에서 많이 지적된 부분으로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권재현 경향신문 기자는 “매우 필요한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언론사 간 현장 취재협의체 운영이 그다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큰 사건이 터지면 단독이나 속보 경쟁으로 ‘나 홀로’ 행보가 더 강해지는데다 언론사들 간 처한 상황이나 여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취재협의체 구성은 쉽지 않고, 운영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2부장 역시 “꼭 필요하기는 하나 다양한 성격, 다양한 성향의 매체들이 ‘취재 인파’를 이루는 상황에서 협의체를 누가,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구성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한편 언론단체들은 이날 준칙 선포에 이어 정부 당국에 대한 요구 사항 4개 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확하고 신속한 재난 보도를 위해서는 언론 못지않게 정부와 재난 관리 당국의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와 이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재난보도준칙이 규정한 ‘재난 현장 취재 협의체’와 ‘재난 상황 언론 브리핑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