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언론인들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현 단계 한국 언론의 위기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홍진표 한국PD연합회 회장은 “기자나 PD들이 개개인의 징계를 감수하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보도 제작 등에 반발하고 있는데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언론의 위기가 왜 계속 발생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뒤 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MBC 총파업으로 8명이 해고당했다. 법원에서는 해고를 비롯한 부당인사 등의 징계 모두 다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실제 MBC 내부에서는 법원의 판결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잘못된 조치를 내린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어떠한 제도도 없다. KBS도 마찬가지다. 정연주 사장 해임이 무료라고 판결이 난 뒤에도 부당한 결정을 내린 KBS 이사회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반성도 없었다”면서 기득권 카르텔을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김성해 대구대 교수도 프랑스 등 해외 언론인 보호 규정을 예로 들며 “탐사보도와 권력 감시 등을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법이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자유를 보장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사실 관계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을 제대로 발굴하기 위해서는 언론인들이 겪는 언론사 내부의 압력과 권력기관의 위협 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인들이 진실을 밝히려 노력했더라도 정부나 대기업 및 이익집단으로부터 명예훼손을 당할 경우 본인이 혼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언론사의 사시나 편집 방침의 변화로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를 떠날 경우 언론사는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언론사 소유주가 정치나 자본 권력에 따라 언론사를 끌고 갈 때 양심과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는 언론인이 겪게 될 양심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OECD 소속 저널리스트 노동조합도 언론인들의 고용 권리와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 역시 “세월호 참사 보도뿐 아니라 언론의 위기가 드러날 때마다 언론인들을 향해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언론인들은 (선정적 경쟁도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일하고 있고, 언론인 자체도 보호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언론인들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전문직 언론인을 보호하고 공적 지원을 통해 언론인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시대정신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직 언론인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다”며 “언론인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펀드 조성이나 유럽의 양심 조항과 유사한 조항을 신설해 언론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