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그동안 파행을 겪어온 KBS 편성위원회가 2달 만에 개최됐지만 구체적인 합의 없이 책임자 측과 종사자 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KBS는 8월 14일 편성위를 개최했다. 박장범 KBS 사장은 12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 자리에서 편성위 현황을 보고하며 조속히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13일 종사자 측에 편성위 개최 일정을 제안했다. 이후 종사자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14일 편성위 개최가 확정됐다.
편성위는 지난해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방송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설치와 운영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기구다. 사업자 측 위원 5인과 종사자 측 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데 △방송편성규약의 제정·개정 및 공표에 관한 사항 △방송사업자의 방송편성규약 준수에 관한 사항 △취재·보도·제작·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에 관한 사항 △이사 추천 등을 다룬다.
KBS는 편성위 구성을 놓고 초반부터 갈등을 겪었다. KBS 사측은 2월 24일 사업자 측 위원으로 △김우성 부사장 △김근수 전략기획실장 △최성민 콘텐츠전략본부장 △김대홍 보도시사본부장 △이전택 노사협력주간 등 5명을 위촉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즉각 반발했다. 책임자에 해당하지 않은 전략기획실장과 노사주간이 책임자 측 위원으로 위촉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방송편성규약 제2조 5항에 ‘KBS 규정상 해당 분야 책임자로서 본부장, 센터장, 국장급, 부장급 등의 책임간부’라 규정하고 있다”며 “‘제작 자율성 수호’라는 개정 방송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사규인 KBS 방송편성규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의 편성위원 위촉 논란에도 불구하고 KBS 편성위 종사자 측은 7월 23일 종사자 위원 5인을 공식 확정하고 사측에 편성위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종사자 대표 지위를 둘러싼 노조 간 이견으로 법적 분쟁이 있다며 편성위 개최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내에서 KBS본부의 과반 노조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편성위 개최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사측의 고의가 깔려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편성위가 구성되면 자신들이 누리는 알량한 권력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2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도 KBS 사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박 사장은 “KBS노조가 근로자 대표 지위 등에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고, 법원에 편성위 구성 절차를 정지하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며 “방송법을 준수해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 회사 내부의 종사자 측간 협의 진행 상황, 법원 판단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언제 (편성위를) 구성하는 것이 적절할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 돌연 입장을 바꿨다. KBS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편성위 개최 사실을 알렸다.
14일 열린 편성위에서 최광호 종사자 측 위원 대표는 두 달여 동안 편성위를 식물 상태로 만들어온 사측에 강한 유감을 표한 뒤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물었다. 또한 종사자 측 위원의 자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지, 종사자 측 위원 추천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김우성 책임자 측 위원 대표는 편성위 개최가 늦어진 데 유감을 표했지만 그 외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종사자 측과 책임자 측은 회의 정례화, 위원장 호선 등에 이견을 보였다. 종사자 측 위원들은 “종사자 측과 책임자 측 모두 편성규약 개정이 시급하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회의 정례화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종사자 측은 주에 최소 3회 이상의 회의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책임자 측은 정례화하지 말고 필요에 따라 회의를 하자고 답했다.
또한 위원장 호선과 관련해 김우성 책임자 측 위원 대표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위원장은 책임자 측 최연장자인 본인이 맡겠다”고 했으나 종사자 측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종사자 측은 노사협의체에서도 공동의장을 두는 만큼 편성위에서도 공동위원장으로 호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KBS 편성위는 오는 18일 2차 회의를 통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KBS 사측은 비판을 받은 지 반년이 지난 8월 라디오 및 방송기술 책임자 등을 교체위원으로 추가 위촉했다. KBS는 8월 4일 사내 공지를 통해 △하종란 라디오센터장과 △김민중 방송인프라본부장 등을 편성위 책임자 측 교체위원으로 임명했다. 교체위원은 정기 회의에 상시 참석하는 일반 위원과 달리 해당 부서 관련 사항이 안건으로 상정될 때만 정식 위원을 대신해 참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