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올해 초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재원 감소로 1,400억 원 대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KBS가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직을 추진한다.
업계에 따르면 KBS는 8월 2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무급휴직 시행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무급휴직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아 큰 이견이 없으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시행 여부와 세부 계획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S는 올해 초 2024년 종합예산안을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재원 감소로 1,400억 원 대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신료는 KBS 전체 수입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수신료 분리 고지 및 징수 방식이 변경됐다. 이에 KBS는 신규 채용 중단, 명예퇴직 실시, 업무추진비 축소 등을 통해 인건비 1,101억 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즉각 반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경영진이 경영위기를 핑계삼아 구조조정 단계를 밟아 가고 있다”며 “구조조정 시나리오 시작 ‘무급휴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7월 ‘2차 특별명예퇴직 및 희망퇴직’의 목적으로 ‘전사적 고용 조정 계획의 일환(해고 회피 노력)’을 명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전사적 고용 조정 계획의 일환’이라는 문구는 2월 시행된 1차 특별명예퇴직에는 전혀 없었던 문구”라며 “이번 무급휴직안에도 같은 문구가 명시돼 있는데 구성원들의 근무조건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무급휴직에 대해, 그것도 목적을 ‘전사적 고용 조정 계획의 일환’이라고 하면서 어떠한 사내 노조와 협의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이사회에 안건을 바로 보고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사측이 이토록 무도하게 무급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과반노조가 없는 틈을 타 낙하산 사장이 품고 있는 구조조정을 시행하고자 절차를 밟아두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된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 등을 언급하면서 “왜 낙하산 박민 사장과 일당이 의도적으로 자초한 위기의 책임을 특별명예퇴직과 희망 퇴직, 무급 휴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느냐”며 “수신료 분리고지로 인한 수신료 결손 발생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친정부 땡윤 뉴스와 친일-극우방송으로 신뢰도 추락, 영향력 저하시키며 경영 위기를 자초한 것은 (경영진)”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의 시나리오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일터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