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부처 내 ‘방송합의제기구’ 설치 놓고 갑론을박

ICT 부처 내 ‘방송합의제기구’ 설치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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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공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내에 별도의 합의제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개최된 ‘새 정부 방송통신 정부조직 개편의 현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차기 정부의 ICT 전담부처 구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ICT 기능을 통합해 전담하는 정보방송통신부와 별도로 방송미디어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적 고려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방송 규제까지 ICT 전담부처에서 담당할 경우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제 행정규제위원회인 방송미디어위원회를 따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한 첫 번째 안으로 방송미디어위원회를 정보방송통신부 내부에 두되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및 사장 선임, 주요 방송사 평가 및 재허가 심사, KBS 수신료 부분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에 합의제 기구인 방송미디어위원회를 두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독립적 운영”이라고 말한 뒤 이때 제기되는 독립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독립적인 설치근거법 등을 마련해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 역시 합의제 방송 기구의 필요성에 동감을 표하며 “경험적으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고 민주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미디어 정책 사안, 예를 들면 KBS와 MBC 이사와 사장 선임 문제, KBS 수신료 등은 합의제 기구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한 뒤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합의제 미디어 기구가 정책 및 집행 권한, 예산 및 인사 상의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전담부처 소속기구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방송미디어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미디어 기구를 독임제 행정부처 소속으로 설립할 경우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장관의 지휘조직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해당 부서 직원들의 지원을 받는 정부 부서 내 위원회는 부서의 간접적 영향력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함’과 동시에 ‘현 정부를 옹호해야 하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데 다시 만든 합의제 기구도 정부에 속해 있다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강 교수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공공방송’만을 따로 떼어 내어 ‘공공방송위원회’라는 독립 행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방송 모두를 떼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언론자유가 문제가 되는 방송’만을 떼어내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몇이 우려를 표하는 것처럼 과거 정통부와 방송위로의 회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역시 ICT 전담부처 내에 합의제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합의제 위원회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ICT 전담부처 장관 및 관료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수용이 전제돼야 하는데 당연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답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