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24시간 방송?”

“누구를 위한 24시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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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시간 자율화를 결정하면서 ‘지상파 방송 24시간’ 시대가 열렸지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24시간 방송이냐’는 지적과 함께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9월 7일 제50차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의 운용허용시간을 현행 19시간에서 24시간으로 허용하는 ‘지상파 방송운용시간 자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는 심야방송(01:00~06:00)에 대한 방통위의 별도 승인을 받지 않고도 24시간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방송시간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당시 방통위는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하면서 “방송시간 확대에 따른 방송의 다양성 및 공익성 확보를 위해 1일 최소 19시간 이상 방송을 실시하도록 조건을 부과하고, 재방송과 19세 이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 이내로 편성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는 심야방송에 있어 ▲재방송 프로그램을 40% 이내 ▲19세 이상 시청 프로그램을 20% 이내로 편성해야 하는 또 다른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재방송에 대한 인식 바꿔야”

문제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특히 재방송 프로그램을 40%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규제는 지상파 방송사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심야방송의 60%를 새로운 방송 콘텐츠로 채우기 위해선 주간 단위로 열 개가 넘는 신규 콘텐츠가 필요한데 현재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재원과 인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방송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상문 SBS 편성기획팀 팀장은 ‘한국방송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케이블이나 IPTV, 인터넷 등을 통해 콘텐츠는 콘텐츠로 계속해서 재생산이 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재방송이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민 KBS 편성기획부 팀장 역시 이 같은 부분을 지적하며 “수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수년 간에 걸쳐 공들여 제작한 좋은 콘텐츠의 시청률이 10%가 나왔다면, 산술적으로 안 본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라면서 “재방송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렴한 비용의 신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방송시간 자율화 결정을 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시청자들에게 보다 좋은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시청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는 것이지, 재방송이냐 아니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눈물 시리즈> <슈퍼 피쉬> 등 대박 다큐멘터리 등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이러한 고품질 프로그램의 경우 재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인력도 문제” … 실무인력 ‘인력 보강 및 시스템 보완’ 요구

또 한편, 방송시간 자율화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과 달리 방송사 내부 즉 현업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결정을 그리 반기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8일 1TV를 통해 24시간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KBS의 경우 현업 실무자들이 인력 보강 및 시스템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방송기술인협회(회장 문명석, 이하 협회)는 2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측의 ‘대책 없는 종일방송’을 지적하고 나섰다. 협회는 “월드컵, 올림픽, 대신 및 총선과 같은 국가적 규모의 방송의 경우에도 종일방송은 있어왔지만 당시에는 (한두 달 정도) 현업 실무자들이 사명감과 희생으로 버텨왔다”면서 “(현재 종일방송에 있어) 회사는 당연히 해당 근무자를 위한 근무 여건 개선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력 보강 등)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와 방송사 각각 문제 해결해야”

결국 방통위가 내세운 ‘시청자를 위한’ 종일방송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내외부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와 방통위가 각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방통위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박현민 KBS 편성기획부 팀장은 ‘한국방송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심야시간대는 광고주들의 선호가 거의 없어 실제 광고 판매 및 신규 광고 창출효과는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 측면으로 보면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단순 재방송만 편성하더라도 적자가 예상된다”며 심야 방송에 대한 제작비 조달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재방송 편성 비율만 강조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광고 없이 부담만 늘어나는 상태에서는 유료매체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상파 방송사 내부적으로는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방송사 기술 인력에 비상이 걸린 만큼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잘 반영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우선 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24시간이라는 방송시간만 유지한다면 말 그대로 ‘졸속방송’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앞으로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사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