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V 선점, 지상파 없이 안돼

[분석] UDTV 선점, 지상파 없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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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와 소니까지 차세대 방송으로 손꼽히고 있는 초고선명 TV(이하 U(H)DTV, Ultra High definition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UDTV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필수 주파수 배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 방송 제1주자 ‘UDTV’

HDTV 이후 차세대 방송 주자로 여겨지고 있는 ‘UDTV’는 보통 Full HDTV(1920×1080) 해상도의 4배(3840×2160)인 4K를 말하며, 최근 일본 NHK에서 테스트에 성공한 Full HDTV 해상도의 8배를 자랑하는 8K(7680×4320)는 UHDTV라 분류한다. 4배, 8배 등 단순한 수치만으로는 화질을 실감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영화보다 뛰어난 화질과 음질 더불어 다채널까지 제공하는 ‘고품질 방송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아바타’의 성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 HDTV’는 단연 3DTV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IBC와 NAB, KOBA 등 국내외 국제방송기술전시회에서 3DTV기술 보다 더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UDTV 기술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광고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비슷한 반면 UDTV 콘텐츠가 3DTV 콘텐츠 제작비용보다 훨씬 저렴해 경제적 측면에서 더 우위를 차지하고, UDTV와 달리 3DTV는 시청 시 두통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어 3DTV보다는 UDTV가 차세대 방송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올해 초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 소니 등 국내외 제조업체에서는 다양한 UDTV 제품을 선보이며 차세대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먼저 지난 7월 출시된 LG전자의 84인치 UDTV는 2,60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월 평균 50대 이상 판매되면서 25억 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측은 “2,600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판매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경쟁업체보다 한 발 앞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뛰어들었는데 예상보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며 UDTV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았다. 연초 CES에서 70인치 대 UDTV 시제품을 선보였던 삼성전자도 내년 초 80인치 이상의 초대형 UDTV 제품을 국내외 동시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지난 9월 IFA에서 84인치 UDTV 제품을 공개한 소니 역시 이르면 올해 안에 UDTV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IFA에서는 소니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글로벌 업체인 도시바, 샤프, 하이얼, 하이센스 등에서도 대형 UDTV 시제품을 선보여 행사 기간 내내 UDTV에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의 경우 2020년 TV 시장 전체의 20%, 2030년 전체의 약 60% 이상이 UDTV 모니터가 될 전망이고, 유럽의 경우 2025년 UDTV의 보급률이 30%를 넘길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차세대 UDTV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없이 차세대 방송 시장 선점할 수 없어’

이에 전문가들은 차세대 UD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UDTV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인데 정부에서 발표한 차세대 방송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축인 ‘지상파 방송사’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제작능력의 대부분은 지상파 방송사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를 배제한다면 국내 UDTV 기술은 물론 산업 전반의 활성화를 보장할 수 없다. 그럼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 4사 기술본부장들은 차세대 방송에 대한 시급함을 공감하고 관련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UHDTV 실험방송 추진을 합의했고, 이에 KBS가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실험국 허가를 받아 지난 10월 9일부터 채널 66번을 통해 24시간 UDTV 실험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KBS는 “4K UDTV 지상파 실험방송은 세계 최초”라면서 “올해 말까지 지상파 4사의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해 방송하고, 실험방송을 위해 새로 제작한 영상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 이후다. 현재 방통위는 아날로그 TV 종료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 배정됐던 700MHz 주파수 대역을 회수해 통신 등 타용도로 배정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문제는 물론이고 UDTV와 같은 차세대 방송 전환을 위한 주파수가 없어져 지상파 방송의 차세대 방송 전환도 어렵게 된다. 콘텐츠 경쟁력을 지닌 지상파 방송사의 UDTV 기술 개발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UDTV 시장 선점은 생각할 수도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UDTV 기술을 선도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 HDTV 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밀린 일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NHK를 중심으로 UDTV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차세대 시장 선점에 발을 내딛고 있다.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방송 장비와 TV 수상기 등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누차 설명한 것과 같이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적인 지원 없이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 역할론’ 또다시 도마 위로

또한 UDTV 산업 활성화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제조사들 역시 UDTV의 수혜자인 만큼 UDTV 기술 개발에 있어 투자비 분담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조사 역할론’은 HDTV나 3DTV, 스마트TV 등 새로운 방송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이슈로 이번에도 역시 이와 관련된 갈등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과 제조업체에서 UDTV 방송에 필요한 일부 재원을 제조사가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몇몇 방송기술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UDTV 기술 개발과 국제 표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방송사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방송장비와 콘텐츠 제작 등에서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재원 문제는 제조업체 측에서, 주파수 등 정책 문제는 방통위 쪽에서 함께 힘을 보탠다면 일본과의 경쟁에 있어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