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초고선명TV(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 이하 UHDTV)가 떠오르면서 지상파 방송사에 700MHz 주파수를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오는 9월부터 채널 66번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UHDTV 실험방송이 시작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차세대 HDTV로 불리는 UHDTV는 Full HDTV(1920×1080)보다 4배의 해상도를 지녔으면 4K(4096×3112), 8배의 해상도를 자랑하면 8K(8192×4320)라고 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칭하는 UHDTV는 HDTV보다 4배 이상의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는 4K를 의미한다.
현재 UHDTV 시장은 차세대 방송 시장으로 주목을 받으면 전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제22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인 KOBA 2012에서도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에서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4K 제품을 선보이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전 세계적인 공영방송 BBC도 오는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을 두고 NHK와 함께 UHDTV 방송으로 생중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KBS와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4월 각사의 기술본부장이 모인 자리에서 UHDTV 실험방송에 필요한 프로그램 제공과 편성 등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고, 이달 16일 그 결과물 중 하나로 서울전파관리소로부터 UHDTV 실험방송 허가를 받아 냈다.
이번 실험방송에는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참여하며, 기존에 UHDTV 화질로 제작된 프로그램과 신규 제작 프로그램을 혼합 편성해 방송할 예정이다.
예를 들자면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KBS의 ‘추노’와 ‘공주의 남자’ 등은 UHDTV 화질로 제작됐지만 방영 당시 상황에 따라 HDTV로 선명도를 낮춰 방송됐었다. 이번 실험방송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원본 그대로 방송한다는 것이다.
이정옥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비교적 출발이 늦은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UHDTV 실험방송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파수 확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정도만 되도 UHD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런데 현재 영국과 일본이 주력하고 있는 UHDTV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차세대 방송 중 하나로 UHDTV를 선정하고 실험방송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몇 년째 진전 없이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다.
이에 방송 업계는 물론이고 TV 제조업계에서도 UHDTV 시장을 대비해 방통위가 정책적 지원으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700MHz 주파수의 확보다. 방통위는 오는 12월 31일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회수해 통신사에 밀어주려 하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700MHz 대역은 전 세계적으로 방송 분야에서 활용하는 주파수로 난시청 해소와 차세대 방송을 위해 남겨 놓아야 하는 주파수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최근 각종 보도에 따르면 통신사에는 1.8GHz에 이어 2.3GHz 그리고 2.6GHz도 할당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꼭 700MHz 주파수까지 다 가져가야만 하는지 의문이 든다.
방송 기술직을 지원하고 있는 박은경(27) 씨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돼도 난시청 지역은 분명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면서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방송사에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가 할당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UHDTV와 같은 차세대 방송은 국가 경쟁력 획득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방통위가 이번 기회로 주파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