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의 잇단 중계 실수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 노조)가 “반성의 길에 함께 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MBC는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쓰는 등 일부 국가와 관련해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을 사용해 큰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와중에 다시 한번 문제가 발생했다. MBC가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다. 상대방 선수를 조롱하고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문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박성제 MBC 사장은 7월 26일 “전 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사장의 사과가 무색하게도 유도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재일동포 3세인 유도 대표팀 안창림이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음에도 캐스터가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MBC 노조는 27일 성명을 통해 “지금 MBC 스포츠는 ‘올림픽은 MBC’라는 구호가 무색해질 정도로 위태롭기 그지없다”며 “혹독한 책임 추궁을 받고 있는 구성원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반성과 회복의 길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편적인 정보로 대상을 쉽게 규정하려 하진 않았는지, 우리 안에 우월감이 자리 잡혀 있지 않았는지, 주목을 끌기 위해 배려심을 잊은 적은 없는지 뒤돌아본다”며 “우리는 이 시간을 시청자의 높아진 감수성에 발맞추고,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를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 노조는 또한 조직 개편의 적절성도 문제 삼았다. MBC 노조는 “큰 대회를 앞두고 급진적으로 진행된 스포츠 조직의 대규모 개편 작업에 대해 그간 우려를 표명해왔음에도 스포츠 PD 인원의 축소, 협업 시스템 문제, 제작진과의 소통 부족 등으로 올림픽 중계는 시작 전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며 “성급하게 이뤄진 조직 개편 작업이 이번 문제들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줬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고 그럼에도 경영진이 개개인만 과도하게 추궁하면서, 책임을 면피하려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