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 통과’ 후폭풍 우려

‘미디어렙법 통과’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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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이른바 미디어렙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져왔던 입법 공백 상태는 일단 해소된 듯하다. 하지만 공‧민영 미디어렙 구성방식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시점, 민영 미디어렙 최대 소유 지분, 연계 판매 비율 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미디어렙 근본취지에서 벗어나”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렙법은 ‘1공영 다민영’체제로 KBS와 MBC‧EBS는 공영에, SBS와 종편은 민영에 포함시켰다. 이에 MBC는 법안이 통과된 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MBC와 KBS, EBS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공영렙으로 묶이는 반면 SBS와 종편은 민영렙을 갖게 해 마음대로 독자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MBC의 손발을 묶어 버리고 종편에 날개를 달아준 특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MBC는 미디어렙법 통과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MBC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유예와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최대 40%까지 소유할 수 있는 조항과 연결돼 있다.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시점은 승인일로부터 3년간 유예됐다. 이에 따라 TV조선과 jTBC는 2014년 3월, 채널A는 2014년 4월, 매일방송은 2014년 5월 이후부터 미디어렙에 광고 판매를 위탁하게 된다.

문제는 한 방송사가 미디어렙의 지분을 40%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종편의 경우 2년여 동안 직접 영업을 하고, 그 이후에도 40% 지분을 출자한 미디어렙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광고 직접 영업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방송보도와 제작이 광고주인 자본과 유착하지 못하게 하는 칸막이 구실’이라는 미디어렙의 근본 취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더 심각한 것은 미디어렙이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방송 전체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방송사간 갈등 불거질 수도”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KOBACO)가 해왔던 연계 판매 방식을 유지키로 함에 따라 한숨을 돌리게 된 지역‧종교방송 역시 정확한 연계 판매 비율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미디어렙 법안에는 최근 5년간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액 중 중소‧지역방송에 연계 판매된 평균 비율 이상으로만 연계 판매를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을 뿐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방통위가 시행령 제정을 통해 이 부분을 상세하게 규정하지 않는다면 분명 지상파 방송사와 중소‧지역 방송사 간의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결국 논란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미디어렙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3년 넘게 이어져온 법률 공백 상태는 마무리됐지만 언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치‧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공공성‧공정성’이라는 부분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설립(5월), 시행령 제정(5월), 고시 제정(7월), 민영 미디어렙 허가신청 접수(7월), 민영 미디어렙 허가심사 및 허가(8월) 등의 일정을 앞두고 방송사간, 정당간, 언론시민단체간 대립과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어, 그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