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 이진범 기자] 1. 작년 UHD 다큐멘터리 ‘곰’에 비해 워크플로우의 변화가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다큐 ‘휴머니멀’은 인간과 동물에 대한 자연 다큐로서 동물을 해치는 사람과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을 추적하여,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그려보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특별히 사냥이나 매복 등의 긴급한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캐논 C-300 주기종 외에 기동성 있는 여러 종류의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여러 다른 기종의 카메라와 렌즈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영상 품질과 컬러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DI팀에서는 매번 작업할 때마다 이러한 영상의 고품질성을 확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몇 해 동안 저의 팀에서 독자적으로 구축해 온 UHD 리마스터링 기술을 DI 제작에 접목하였습니다.
UHD 리마스터링은 HD 이하 영상을 해상도 향상과 디테일의 개선 및 노이즈 억제 등을 통한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하므로, 이 두 요소의 적절한 조정값이 영상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AI 학습 기능을 이미지 처리기술에 응용하여 이러한 이미지 품질 개선을 도모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저희는 Autodesk FLAME을 이용한 렌더링 방식으로 이를 처리하였습니다. 이는 이미지에 대해 미세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렌더링 시간이 오래 걸리는(대략 50분 분량에 28시간 소요) 단점이 있습니다. 디테일과 노이즈 조절의 노드를 디자인하여 batch 구성을 하고, DI 컬러그레이딩의 결과물을 FLAME의 리마스터링 워크플로우에 얹어 예전에 비해 선명하고 깨끗한 UHD 영상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2019년 다큐 ‘곰’이 지상파 HDR 송신으로 시청자에게 HDR 영상을 선보인 것과 달리 이번 ‘휴머니멀’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타깃으로 한 HDR 제작을 목표로 제작 중입니다. HDR/SDR 동시 전송이 아니기에 먼저 방송용 UHD-SDR 제작을 하여 방송하고, 사후에 UHD-HDR로 재제작하여 wavve 등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HDR/SDR 동시 전송의 경우에는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므로 HDR과 SDR 영상 제작에서 조금씩 손해 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OTT용 HDR은 SDR과 별개의 재생환경을 가지므로, HDR의 특성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전 ‘이리와, 안아줘’, ‘시간’ 등 미니시리즈를 HDR 제작했던 노하우로 HDR10 기준으로 제작 중입니다.
2. 대략적인 UHD 제작 워크플로우를 소개해 주세요.
여러 차례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저희 MBC DI팀은 Proxy HD 편집과 UHD 소스 리링크, UHD DI 컬러그레이딩, UHD 마스터링의 순서로 UHD 후반 제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기에 리마스터링 기술을 응용한 이미지 개선작업이 별도로 추가되어 다음과 같은 워크플로우로 수정되었습니다.
3. 휴머니멀 DI 작업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작업은 무엇인가요?
우선 각 카메라의 특성을 일반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을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기동성을 위해 사용한 줌 렌즈는 해상력이 부족하거나 색수차가 나타나며 다른 고급 렌즈와 적지 않은 편차를 보였습니다. 고프로와 드론은 종종 하이라이트 클리핑이나 낮은 컬러 샘플값으로 부드럽지 않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일일이 각 장면의 감마와 색을 정리하며 컬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작업 초반에 여러 장면을 테스트하는데 2~3주 소요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편집상 자주 사용되는 속도 조절로 인한 화면 열화를 줄이기 위해 적당한 블렌딩 조절로 고선명성을 유지하려 하였습니다. 중반부 지나며 DI 작업은 평균 4일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아프리카와 미국, 일본, 태국 등을 방문한 제작진은 보다 선명하고 Vivid 한 컬러를 요구했습니다. 코끼리 등의 야생 동물은 황무지 컬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색이 분명한 영상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UHD 기준 모니터인 소니 X300과 일반TV 표준 영상모드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며 장면마다 충분하지만 과하지 않는 컬러를 확보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연출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늘은 더욱 파랗고 수풀은 보다 청량하기를 원했으므로 컬러리스트는 자연 속의 원색을 강조하며 생생함을 전달하는데 포커스를 맞추었고, 프레젠터 배우의 감정에 따라 약간의 컬러 LOOK 메이킹을 하였습니다.
저희 DI팀은 마스터링 전 영상의 최종 검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CG 인서트와 간단한 NLE 효과 작업을 겸하였고, 사전 완료된 마스터드 사운드를 인서트하여 자막 없는 최종 클린 영상을 종편 전단에서 제작하였습니다. 이것은 보통 마스터링 1일 전에 이루어지는데 이때, 연출진과 최종 모니터링하며 부족한 부분과 수정할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 확인하는 소통의 시간을 갖습니다.
4. 앞으로의 UHD 프로그램의 방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넷플릭스 등의 OTT를 통해 UHD 고품질 영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야 UHD 영상 제작을 늘려나가는 입장에서 이러한 거대 서비스망의 물량 공세를 보자면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된 해외 고품질 영상물을 보다 보면 국내 영상 제작 기술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국내 제작환경도 해마다 충분히 UHD 제작의 터를 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은 4K 촬영이 일반화되어 가며, 포스트 프로덕션도 스토리지 확충을 기반으로 UHD 제작 인프라를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에 촉박했던 제작스케줄도 근로시간 제한 등의 이유로 제작 일정을 앞당기고 있어 예전에 비해 제작 시간이 좀 더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UHD 제작에 대한 투자와 의지를 멈추지 않으며, DI 및 후반제작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도 해외 유수의 OTT 시장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 품질의 영상물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HDR 제작은 해외 OTT 시장에서 일반화되었고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모바일 및 TV에서도 HDR 영상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반면 국내 HDR 제작은 미미하기만 합니다. 좀 더 HDR 저변이 확대되기 위해 국내 OTT 사는 스트리밍 기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더욱 많은 프로그램이 UHD 및 HDR 제작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UHD를 지나 8K를 향하고 있고 색재현율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지만, 정작 서비스되는 방송 영상물은 많은 부분 HD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품질 영상을 선도해야 할 방송사는 해마다 경제적 어려움에 투자를 머뭇거리는 상황입니다. UHD 제작에는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방송 영상 고품질화를 위해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건이 되도록 정부 및 각 관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어렵게 제작해 나가는 방송사 UHD 제작 여건이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수월해 지고, 많은 시청자가 좋은 품질의 영상을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