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재난 보도 행태에 큰 비판이 일며 한국기자협회에서는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하는 등 자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 후 재난 보도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일각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효과적인 재난 관리를 위한 언론의 역할’ 토론회가 8월 2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현정 서원대 교수는 재난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키워드 분석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한국언론진흥제단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시스템인 ‘빅카인즈 뉴스 분석 시스템’에서 ‘재난’을 핵심 키워드로 검색하고, 결과 내에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회복’ 등의 키워드를 재검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시기는 재난보도준칙이 제정된 이후인 2015년 1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예방, 대비 같은 단어를 포함한 뉴스의 전체 대비 비율은 12.45% 23.66%인 것에 비해 ‘대응’은 30.09%로 가장 많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재난에서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재난이 터진 후에 많은 보도가 이뤄지는 언론의 보도 성향과도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평소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보도는 하지 않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그제야 대응 상황을 위주로 보도하는 보도 관행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복구’와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는 ‘회복’이라는 단어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검색되지 않았으며 ‘복구’가 더 많은 검색량을 보였다. 김 교수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복구에만 관심을 두고 실제로 피해자의 심적·육체적 재난 피해로부터의 회복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언론사 기자 4명 안전 및 위기관리 정부부처 및 관련 기관 언론 PR 담당자 4인, 재난관리 연구나 1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1인 등 총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나 재난보도준칙 제정 이후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인식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성한 KBS 재난방송센터 팀장 또한 지난 4월 강원 산불 당시 KBS의 재난 보도에 대해 “산불의 원인이었던 ‘양간지풍’만 반복했을 뿐 산불의 진행 상황, 정부의 대응, 대피소 정보 등에 대해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김 교수는 “언론의 다양한 자정 노력과 함께 재난 전문 기자 및 언론사의 양성 같은 실제적 노력도 필요하고 무분별한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규제도 필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용자와 친근한 디지털 매체를 개발해 재난 보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