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BS가 여성의 신체일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김성준 전 앵커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한 것을 두고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문화연대,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등 언론시민단체는 7월 9일 성명을 통해 “메인뉴스 앵커, 보도본부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자신의 이름을 건 시사프로그램 진행과 논설위원을 맡을 정도의 인물이 문제를 일으키자 바로 선긋기를 하고 퇴사를 공식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전 앵커는 3일 오후 11시 55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 승강장에서 줄을 서 기다리던 중 앞에 서 있던 여성 A 씨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SBS는 8일 ‘8뉴스’를 통해 김 전 앵커 소식을 다루면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최혜림 앵커는 “SBS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의 사표를 오늘(8일) 수리했다”며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언론시민단체는 “SBS는 어제 오전까지 자사 보도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등 김 전 앵커 사건 확산을 막기 위한 행보에 총력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8뉴스’ 말미에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만 짧게 다루는 것으로 갈음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시민단체는 SBS를 향해 “우리는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가해자들이 손쉽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회하며 살겠다’던 무의미한 사과문 뒤에 숨어 있던 조직과 공동체의 침묵을 봐왔다”며 “SBS는 김성준의 사직서 수리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그간 성희롱·성폭력을 용인하거나 침묵해왔던 SBS는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고, 나아가 언론계 내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