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발의 차로 5G 세계 최초 상용화

간발의 차로 5G 세계 최초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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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ICT에선 세계 최초 중요해” 격려 당부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4월 3일 오후 11시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개통했다. 미국 버라이즌 보다 55분 정도 앞선 것으로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너무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 제조사, 통신업계가 합심해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등 전략’이 필요하다. 너무 야단치기보다는 격려해달라”고 당부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날 오후 11시 갤럭시S10 5G 사전예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개통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EXO, 김연아, 페이커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사 6명의 5G 서비스 개통을 완료했다. 지난해 독도 기지국을 설치한 KT의 5G 1호 가입자는 독도와 울릉도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동통신사 직원 부인인 이지은 씨다. LG유플러스는 ‘아옳이(아름답고 옳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김민영‧서주원 부부를 1호 개통 고객으로 삼았다.

당초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 3사는 4월 5일을 개통일로 잡고 있었지만 3일 오후 미국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일정을 11일에서 4일로 앞당겼다는 동향이 입수되자 바로 회의를 개최해 개통에 나섰다. 55분 뒤 미국 버라이즌은 트위터에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고객들이 세계 처음으로 5G 서비스를 하는 5G 스마트폰을 갖게 됐다“고 알렸다. 55분 차이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1등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5G 시대를 다른 나라 보다 앞서나갈 수 있게 된 만큼, 세계 최고의 5G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의 역량을 총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5G 기습 개통을 두고 너무 타이틀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버라이즌이 4월 11일 상용화하겠다고 했다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4월 5일 상용화 계획을 밝히자 이보다 한발 앞선 4일 상용화를 기습적으로 시행하려 했다”며 “단말기 공급 및 유통망 판매 준비, 요금제 등 모든 준비가 끝난 시점에 미국의 기습 상용화를 눈뜨고 놓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정부와 이동통신 3사, 제조사까지 모여 논의한 끝에 오후 11시 개통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만들고 선점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몇몇 업계 관계자들도 “다른 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ICT 산업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의미심장하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5G와 얽혀있는 산업들이 많기 때문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그 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세계 최초 상용화를 언급해왔는데 준비가 다 완료된 상태에서 버라이즌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겼다면 그게 더 억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5G 기습 개통을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국제단체와 해외 업체들이 정식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3일 오후 11시에 1호 가입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5일 0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물론 버라이즌도 5G 전용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고, 5G 서비스 지역도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등 지역에 국한했다는 약점이 있기에 국제 인증 과정에서 국내 사업자들과 버라이즌 중 누가 웃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