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 보도국장 시절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보고서를 찢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기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문진을 향해 “최기화 이사를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12월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진희 판사는 지난 21일 최 이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최 이사는 문서손괴, 노조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최 이사는 MBC 보도국장이던 2015년 9월 9일 방송센터 7층 보도국 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기사의 ABC도 사라진 뉴스데스크’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같은 해 9월 1일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수사’, 9월 4일 ‘포털 뉴스 정치적 편향성 있다’ 등의 기사를 지적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 이사는 해당 보고서를 버린 직후 편집회의에서 기자와 프로듀서 등에게 “취재 및 보도와 관련한 사항에 관해 민실위 간사의 전화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최 이사는 “민실위 간사가 (보도 과정을) 취재하더라도 응할 의무가 없고, 계속 추궁하듯 취재하면 접촉 사실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을 뿐 ‘간사의 전화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한 뒤 “민실위 간사가 기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근거 없이 뉴스를 비방하는 등 보도 공정성을 해하는 행동을 했다”며 “‘취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은 보도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이사가 사건 8일 뒤 내부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근거로 “(최 이사의 발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과 취지가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최 이사는 당시 인트라넷에 ‘민실위에 기자들을 추궁하고 강요하는 사후 검열 권한이 없다. 민실위 간사의 추궁에 응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최 이사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 24일 항소장을 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 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최 이사 해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26일 성명을 통해 “최기화가 편파 왜곡 보도를 자행했고 노동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방문진 이사로 선임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굴복한 방통위가 최기화의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며 “명백하게 법률을 위반한 형사사범 최기화를 방문진 이사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도 27일 논평을 통해 “이번 유죄 판결로 최기화 씨는 MBC의 공적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이라는 책무를 이행할 만한 능력도 자격도 없는 인물이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방문진은 부적격 이사인 최기화 씨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에 나서야 하고, 방통위는 부적격 이사를 선임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최기화 씨를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