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가상·간접 광고에 급급해 원활한 시청을 방해한 방송 프로그램이 줄줄이 법정 제재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협찬주·광고주에 노골적 광고 효과를 줘 방송 흐름을 끊은 지상파 및 PP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먼저, KBS 2TV <최고의 한방>은 협찬주 상품인 녹용 함유 음료를 근접 촬영하는 등 협찬주에 광고 효과를 주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색깔이 없으니까 더 깔끔해 보인다” 등 간접 광고 상품인 가글액의 특징을 직접 언급했다.
역시 KBS 2TV의 <아버지가 이상해>는 등장인물이 간접 광고주의 건강음료 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는 장면을 그리며 “잦은 음주하는 직장인들한테는 이게 최고예요” 등 해당 제품에 대한 홍보성 대사를 언급해 각각 법정 제재인 ‘주의’가 최종 의결했다.
또한, 프로그램 진행 중 느닷없이 보험 상품 애플리케이션을 가상 광고로 노출해 시청을 방해하고, ‘가상 이미지의 삽입’이라는 가상 광고 도입 취지를 벗어나 출연자가 해당 앱의 기능을 언급하거나 실제로 이용하는 장면을 방송한 JTBC <전(錢)국민 프로젝트 슈퍼리치 2>에 대해서도 법정 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그리고 증권정보 프로그램 출연자가 자신이 진행하는 고가의 주식투자 강의를 노골적으로 광고한 서울경제TV <평택촌놈의 정석투자>에 대해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당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60가지 조리 가능한 오븐”, “트리플 독립냉각 기능” 등의 언급으로 전기 오븐, 냉장고 등의 간접 광고 상품을 노골적으로 소개한 DIA TV <윰댕의 욕망키친>에 대해서는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제작비 충당을 목적으로 협찬주·광고주의 요구만을 반영할 경우,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는 물론 협찬·광고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형성으로 결국에는 시청자와 방송사, 광고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방송 흐름을 깨지 않는 자연스러운 가상·간접광고로 시청자의 저항감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음주 미화·조장으로 논란이 됐던 토크 프로그램 <인생술집>에 대해서도 법정 제재가 의결됐다. tvN, OtvN, 올리브네트워크의 <인생술집>은 “내 비율을 보여 주마”, “이게 꾼의 길이다” 등의 언급과 함께, 출연자들이 일명 ‘소맥’을 반복적으로 마시는 내용을 ‘15세이상시청가’ 등급으로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해 비판받았다. 이에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지난 4월 5일 해당 방송분을 ‘19세이상시청가’로 시청 등급을 조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방심위는 “음주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술집을 콘셉트로 출연자 간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기획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빈번한 음주 장면과 함께 청소년에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음주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음주에 대한 관대한 시선과 함께, 특히 청소년의 음주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며, 법정 제재인 ‘주의’를 최종 의결했다.